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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Feb 15. 2022

독립출판과 함께 성장하는 독립서점

문화공간, 특성화 책방2 - 독립서점

특성화 책방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가장 큰 증가세를 보인 책방은 독립출판물을 파는 독립서점이다. 독립서점이란 독립출판물을 다루거나 독립출판물 중심이지만 운영자가 고른 기성 출판물 일부를 함께 다루는 책방을 말한다. 사실 독립서점이 늘고 있다지만 온라인서점과 대형서점의 성장과 지속적인 마케팅으로, 경쟁하기에는 힘든 구조다. 동네서점 지도 제작사 퍼니플랜에 따르면 2019년 3분기 독립서점은 한 주 평균 네 곳이 개점, 한 곳이 폐점하고 있다. 

그래도 계속 독립서점 개점 소식이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초기 창업 비용이 적은 것도 한 이유이다. 특히 독립출판물의 경우 대부분 판매 후 정산해주는 위탁 입고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또한 온라인서점과 대형서점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독립출판물이 책방의 경쟁력이 된다. 독자들은 독립출판물을 구하러 책방에 들르고 택배비를 내고 구매를 하고, 일부러 좋아하는 작가나 원하는 주제의 출판물과 모임을 찾아 나서기도 하니까. 


서울은 대형서점과 체인 중고서점을 제외하고 530개 이상의 책방이 있다. 이 중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책방 몇 곳을 소개한다. 첫 번째는 2014년 서울 연남동에 문을 연 ‘헬로인디북스’다. 책방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독립출판물만 판매하며 어느 신문에 독립출판물의 대모라는 이름으로 인터뷰가 실렸을 정도로 독립출판물에 대한 애정이 있는 곳이다. 좁은 골목길 안 26제곱미터의 작은 책방이지만 독립출판물이 촘촘하게 채워져 있고, 끊임없이 사람들이 오간다. 음료는 판매하지 않고 앉아서 책 읽을 좌석도 없다. 오롯이 독립출판물만이 가득하다. “어떤 출판물 중심으로 입고하세요?”라는 질문에 운영자는 “제가 호기심이 드는 책이요”라고 답한다. 작은 책방은 모든 책을 다루기 어렵다. 그래서 운영자만의 기준으로 책을 입고한다. 나를 포함한 많은 책방 운영자가 자신의 취향과 책방 분위기에 따라 책을 받는다. 얼핏 모호한 기준으로도 보이지만 사실 이만큼 작은 책방만의 확실한 기준도 없다. 

헬로인디북스(©구선아)


두 번째 책방은 얼마 전 동명의 드라마에서도 소개된 ‘별책부록’이다. 별책부록은 해방촌 언덕 위에 위치해 독립출판서점 ‘스토리지북앤필름’과 문학서점 ‘고요서사’ 인근에 있다. 붉은 벽돌 건물에 비스듬히 난 입구를 들어서면 단정한 별책부록을 만날 수 있다. 주로 독립출판물이 많으나 일부 기성 출판물을 함께 취급한다. 출판 제작자와 함께 또는 책방에서 자체적으로 꾸준히 운영하는 프로그램만 해도 열 개 이상이다. 단편영화, 드로잉, 코바늘 뜨개질, 일러스트 디자인 등 주제도 다양하다.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가장 힘든 점은 뭐예요?”라는 물음에 운영자는 “강사 섭외와 참가자 모집이죠”라고 말했다. 아마 문화 행사를 진행하는 모든 책방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형 출판사와의 협업이나 유명 작가의 행사보다 인지도가 낮은 작가나 창작자의 프로그램이 많기 때문이다. 

별책부록(©구선아)


서울은 물론 지역에도 독립출판물 책방은 많다. 대전, 대구, 부산, 인천, 영월, 제주 등 전국 각지에 독립출판물 책방이 있다. 여러 방면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책방 중 한 곳이 인천의 ‘북극서점’이다. “인천에 독립출판물 센터를 짓는 게 꿈”이라고 말하는 운영자의 독립출판 마켓과 전시, 클래스, 출판 소식을 들으면 눈코 뜰 새는 있을까 싶다. 작은 책방과 작은 갤러리를 함께 운영하는 북극서점은 얼마 전 인근 동네로 이전을 했고 독립출판물 페어도 준비 중이다. 

북극서점(©북극서점)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책방은 부산의 ‘북그러움’이다. 북그러움은 ‘나 같은 놈이 책방을 해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에 ‘북+부끄러움’을 합성한 이름으로 이름부터 남다르다. 작가 북토크를 꾸준히 여는데 유명 작가부터 독립출판 작가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잘 판매되는 책은 대부분 독립출판물로 그중 최유수 작가와 김종완 작가 단상집이 꾸준히 인기다. 재밌는 건 서울이나 부산이나 꾸준히 사랑받는 독립출판물은 비슷하다는 것. 홍보가 잘 되거나 언론 노출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독립서점은 독립출판물과 함께 하나의 문화로 성장하는 중이다. 이제 B급 문화나 인디문화를 즐기는 일부 젊은 층만 찾는 곳이 아니다. 10대부터 50대까지 연령층도 넓어지고 있으며 동네 주민과 함께하는 책방도 많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독립서점을 포함한 특성화 책방의 한계도 드러났다. 온라인서점은 매출이 늘고 몇몇 출판사의 책은 전성기 때만큼 책이 팔렸다고도 하지만 체계적인 온라인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작은 책방은 힘든 시기다. 또한 대형서점과 정부 기관이 함께한 무료 전자책 대여 서비스와 종이책 선물 이벤트 등은 작은 책방을 고려하지 못한 지원으로 보인다. 이제 오프라인 책 판매 및 문화 프로그램 중심의 작은 책방도 체계적인 유통망과 온라인 시스템 혹은 부가적인 콘텐츠 서비스 등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필자는 서울의 424개 행정동마다 작은 책방이 있고 대도시, 지방 어디에서도 다양한 책방이 지속 가능하기를 바라본다.


구선아_책방 연희 대표, 『퇴근 후, 동네 책방』 저자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0년 5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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