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한독서 May 10. 2022

시골책방에서 보내는 하루하루

나는 이제 괜찮아지고 있습니다

임후남 지음 / 264쪽 / 13,800원 / 생각을담는집



책방의 향기와 책방지기의 느린 발소리가 저와 많이 닮았습니다. 시골책방의 사계절이 하루로 이어져 필름처럼 지나갑니다. 책방의 하루하루를 건네는 그의 편지글은 내 마음속 깊은 곳에 평온의 나무를 심었고, 그와 함께 시골책방을 꾸려나가는 식물들이 건네는 위로의 속삭임은 선물처럼 딸려왔습니다. 도시 생활자의 시골살이 결정이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겠구나 싶은데, 그럼에도 늘 새로운 마음가짐과 긍정의 자세로 시골책방 살림을 가꾸어온 그의 삶에서 겨울을 보내고 봄맞이 준비에 바쁜 매화꽃의 힘이 느껴집니다. 한 권을 읽는데 마치 한 장을 읽은 것 같은. 시냇물이 작은 숨을 쉬며 흐르듯 고요한 그만의 글솜씨에 한밤을 통째 내어주었습니다.


제 장래 희망도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아야 병이 안 난다는 그’와 닮았습니다. 2017년 해거름이 지나면 발소리가 들리지 않는 동네 골목에 작은 그림책방 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장래 희망을 ‘그림책 읽어주는 귀여운 할머니’로 정해버렸습니다. 책방지기의 하루는 누군가를 위한 하루라고도 할 수 있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책방지기 자신의 하루로 책방의 하루를 열고 닫는 것입니다. 책방이라는 공간은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기 때문에 적잖이 긴장하기도 하지요. 그래서 누군가 평온함을 느꼈다고 한다면 그 책방을 꾸리는 책방 주인장 마음의 결이 고르게 흐른 것이겠지요.


그러나 어떤 날은 책방 살림을 하기 싫은 날도 있습니다. 가끔 그런 날이 있습니다.

사람이니까요.

그런 날에는 그가 그러하듯 저도 식물들에게 눈길을 돌립니다. 몇 안 되는 식물이지만 다가가 그들의 숨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책방 주변을 느린 걸음으로 한 바퀴 돌아보고 오기도 하고, 『팥이 영감과 우르르 산토끼』에 나오는 팥이 영감처럼 죽은 듯이 누워서 시간을 보내는 날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장래 희망이 있기에 책방을 오래오래 하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책을 팔아야 하겠지요. 책방 운영비가 있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그는 말합니다.


“당연히 팔리는 책을 갖다 놓아야 하지요. 그럼에도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을 따르거나 마케팅을 많이 하는 책을 갖다 놓고 싶지 않습니다. 왜? 책방주인인 제 마음대로니까요.” (247쪽)


당연한 말입니다. 대형서점과 인터넷서점보다는 동네책방을 좋아하는 분들 덕분에 오늘도 우리는 책방 문을 힘차게 엽니다.  


책의 서문에서 그는 꽃과 나무는 무엇을 하기 위해 사는 게 아닌, 그냥 살아내는 일이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한 해 두 해를 살아내면서 단단한 뿌리가 내려지고 비로소 흔들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말입니다.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19의 삶을 경험하고, 장마로 인한 갑작스러운 상황을 겪으면서도 그는 낭만을 이야기합니다. 하루하루 살아낸 이야기를 편지로 보내주신 작가님 덕분에 저는 오늘도 괜찮은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윤해경_순천 도그책방 책방지기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1년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작가의 이전글 한 반 아이들이 오는 서점 나들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