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그림책, 그 첫발을 떼며

by 행복한독서

『할머니의 정원』 백화현 글 / 김주희 그림 / 72쪽 / 12,000원 / 백화만발

『엄마와 도자기』 백화현 글 / 백한지 그림 / 64쪽 / 12,000원 / 백화만발

『선물』 김은미 글·그림 / 68쪽 / 12,000원 / 백화만발



2020년 1월 10일 국내 최초 시니어 그림책 전문 출판 브랜드 ‘백화만발(百花晩發)에서 시니어 그림책 1, 2, 3권이 출간되었습니다. 『할머니의 정원』 『엄마와 도자기』 『선물』이 그 주인공들입니다. 어쩌다 보니 이 책들을 기획하고 1, 2권에 글도 쓰게 되었지만, 2018년 10월 전까지, 내가 이런 일을 하게 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1984년 중학교 교사가 된 이래, 열다섯 아이라 해서 무조건 ‘중학교 2학년 교과서’만 드밀고 똑같은 ‘정답 하나’만을 강요하는 일은 옳은가라는 질문이 마음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다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같은 나이, 같은 학년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아이에게 교과서 하나만을 고집하고 정답 하나만을 강요해왔지요. 이런 까닭에 내용을 이미 알고 있거나 배움의 속도가 빠른 아이는 수업을 지겨워하게 되고, 초등학교 저학년 때 기초를 놓친 아이나 가난한 아이들은 학년이 높아질수록 교실에서 더욱 소외당하며 열등감에서 헤어 나오기가 어렵습니다. 이를 고민하던 끝에 발견한 것이 학교도서관과 독서교육이었습니다. 입시 체제와 교육 시스템을 온전히 개혁하려면 장기간의 시간이 필요할 터, 먼저 학교도서관을 활성화하여 교과서가 어렵거나 재미없는 아이들에게 그림책과 만화책, 동화와 소설, 또 아이들이 흥미로워하는 분야의 잡지와 실용서 등을 제공할 필요가 있겠다 싶었던 것이지요. 이후 내 이름 앞에는 학교도서관 운동가 또는 독서운동가라는 이름이 따라붙게 되었네요.


2015년 학교를 퇴직한 후에는 주로 어른들을 만났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어른들 역시 교과서를 강요당한 아이들처럼, 어른이라는 이유만으로 ‘글자는 작고 글밥은 많으며 어려운 내용의 책’만을 강요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서점이든 도서관이든 그런 류의 어른책은 어마어마한 양이었지요. 하지만 책을 잘 못 읽는 어른을 위한 책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더욱이 눈도 어두워지고 집중력도 떨어지는 시니어를 위한 책은 단 한 줌도 안 되었지요. ‘어차피 읽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 짓기라도 한 것처럼 말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책을 잘 읽지 않는 어른, 책을 잘 못 읽는 어른을 외면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굳어지며 해결책을 궁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2018년 10월, 섬광처럼 ‘어른 그림책!’이 떠올랐답니다. 글자는 크고 분량은 적으며, 어른들의 삶과 이슈를 담은 이야기책, 쉽게 읽히면서도 오랜 여운과 긴 질문을 남기는 책, 넘기는 페이지마다 따듯하고 아름다운 그림이 가득하여 그림만으로도 행복감이 느껴지는 책. 이런 책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님이 선뜻 나서주어, ‘백화만발’을 꾸리고, 2019년 3월부터 그림책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지요.

할머니의정원(백화만발).jpg 『할머니의 정원』


『할머니의 정원』과 『엄마와 도자기』를 통해 나이 들수록 짙어지는 ‘외로움’의 문제를 건드려보고 싶었습니다. 나아가 『할머니의 정원』에서는 ‘배움’의 문제를, 『엄마와 도자기』는 ‘그늘’의 가치를 되물어보고 싶었지요. 하지만 저자의 의도는 전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작품은 오롯이 읽는 이의 몫이니까요. 『선물』은 누군가의 딸이자 엄마인 모든 이에 대한 헌사입니다. 그 자체로서 감동이지요. 그리고 세 권 모두 64쪽~72쪽임에도 넘기는 페이지마다 아름답고 따듯한 그림이 가득합니다. 들여다보고 있으면 절로 행복해질 만큼이요.

선물.jpg 『선물』

앞으로 더욱 다양한 주제와 소재, 또 작가들을 발굴하려 합니다. 이 책들을 통해 책을 외면했던 많은 이들이 책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꿈꿉니다. 책을 잘 읽지 못하는 시니어뿐 아니라 책을 잘 읽는 어른들과 젊은이들도 함께 읽으며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함께 나비로 날아오를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백화현_독서운동가, 『도란도란 책모임』 저자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0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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