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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May 24. 2022

공동체 정신, 초심의 힘을 믿는 우분투북스

장동석이 만난 책방인 - 대전 우분투북스 이용주 대표

대전 우분투북스, 동네책방계(?)에서는 나름 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건강한 책과 먹거리로 도시와 농촌을 잇는다!’ 

라는 콘셉트가 명쾌한, 작지만 알찬 공간이 마치 미술관 같다는, 그 공간을 채운 책들은 읽음직하다는 그곳에서 이용주 대표를 만났다. 이 대표는 이런 말에 연신 손사래를 쳤지만, 슬쩍 살펴본 우분투북스는 정갈하고 따스한 기운으로 가득했다. 그 기운이 추운 날 찾아왔다면서 내준 갓 내린 커피 때문이 아닌 건 분명했다.


ⓒ우분투북스


아프리카 분투족 언어로 ‘공유정신’ ‘공동체 정신’을 뜻하는 우분투(Ubuntu)를 책방 이름으로 내건 이유를 먼저 물었다. 별다른 의미는 없다면서도 처음 책방 문을 열 때 고민했던 일들이며, 그 콘셉트들을 담으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분투라는 이름으로 정해졌다는 이야기를 쏟아놓는다. “자연, 인간, 먹거리, 건강한 삶을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려고 하니 마음에 새기고 있던 우분투라는 이름이 저절로 생각나더라”며 이용주 대표가 웃는다. 


우분투라는 이름에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하나 있다. 인근 카이스트 학생들이 종종 찾아오는데, ‘우분투’라는 이름의 공유 소스 프로그램 때문이다. 당연히(?) 컴퓨터 등 기술 관련 서적을 파는 곳인 줄 알고 발길을 한다는 것이다. 책방에 들어선 순간 멋쩍어하는 이들에게 이용주 대표는 “카이스트 학생이죠?”라고 물으며 말을 섞는단다. 대개는 다시 올 일이 없지만, 어떤 학생들은 종종 발걸음을 한단다. 사실상 무한 경쟁의 정글 속에서 버텨내는 이들이 마음의 안정을 우분투북스에서 찾는다는 것이다. 이용주 대표는 “졸업생 중에는 대전에 볼일이 있으면 항상 책방에 들렀다가 가는 사람들도 좀 있다”며 또 한 번 웃는다. 


2016년 우분투북스를 처음 열 즈음 다짐했던 ‘누구나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고, 책을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약속은 그렇게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다. ‘한 권의 책이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책을 고른다’ ‘큐레이션을 통해 책장에서 책을 발견하는 기쁨을 제공한다’는 원칙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전혀 연관이 없는 사람들이 하나둘 찾아들고, 그 찾아듦 속에서 느슨하지만 나름의 공동체가 되어가는 것이다. 우분투북스의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는 공동체 정신은 그렇게 각박한 이들의 마음을 다독인다.


나름 소문이 자자하지만, 우분투북스는 생각만큼 이벤트가 많지 않은 동네책방이다. 책방으로서의 본질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서점도 그렇지만, 특히 동네책방을 찾는 사람들은 명확한 지향점이 있어요. 그 서점에 가면 이런 책을 볼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 말이죠. 그런데 책은 뒷전이고 행사만 계속한다면, 어떻겠어요? 동네책방이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책’이에요. 그다음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커뮤니티로서의 역할이죠. 이벤트요? 그건 가장 마지막에 신경 써도 늦지 않아요.”  


이용주 대표는 “어쩔 수 없어서 하는 행사는 안 하려고 한다”고 못 박는다. 도서관은 물론 동네책방들도 저자 강연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 행사들을 소개하려고 SNS에 코 박고 살아야만, 흔한 말로 ‘모객’을 할 수 있다. 모객에 성공한다고 끝이 아니다. 책 판매로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이벤트를 한 티가 나는데, 저자들의 ‘좋은 소리’만 듣고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힘은 힘대로 들이고, 맥은 맥대로 빠지는 일을 반복하는 셈이다. 같은 맥락에서 ‘지원사업’이라고 이름 붙은 일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매년 지원받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거니와, 하다 안 하면 책방 자체의 연속성도 현저하게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이용주 대표는 큐레이션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대표는 “우분투북스의 콘셉트가 ‘자연, 인간, 먹거리, 건강한 삶’이니까 거기에 맞는 책을 찾다 보면 저절로 큐레이션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게 어디 녹록한 일인가. 여러 경로를 통해 어떤 책이 있는지, 함량은 높은지, 그 내용들을 통해 독자들이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은 무엇인지 일일이 확인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결국 우분투북스를 자주 찾는 지인들과 ‘북큐레이션연구소’를 결성했다. 좋은 책을 찾기 위한 동네책방 우분투북스의 노력은 그야말로 끝이 없다. 


한번은 인근 고등학교 과학 동아리 학생들이 독서동아리 활동 때문에 10여 명 예약을 하고 찾아온 적이 있다. 담당교사가 생태 관련 책들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읽고 인증샷을 제출하라고 했단다. 학생들은 엄마와 함께 찾아왔고, 그중 두세 명의 엄마들이 우분투북스의 단골이 되었다고 한다. 학부모들의 관심사와 딱 맞는 책들, 이를 테면 건강한 먹거리와 관련한 책들이 제법 많기 때문이다. 물론 먹거리에서 생태와 환경으로 자연스럽게 관심사가 넓어진다는 게 이용주 대표의 설명이다. 

“농촌의 건강한 먹거리를 도시 사람들과 연결시키는 일을 좀더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어요. 지금까지는 조금 소극적이랄까요. 장소가 마련되면 그 재료들로 만든 단품 식사를 제공할 수 있는, 그게 다시 농촌과 연결되는 시스템을 만들어보고 싶고요. 새해에는 이 일을 더 공들여 해보려고 구상 중입니다.”


어려움이 왜 없을까. 자본이 있으면 쉽게, 뚝딱 해버릴 수 있는 일을 혼자서 해야만 한다. 건물주가 아니니, 이 또한 답답할 때가 많다. 공간이 협소하니 생각에만 그치는 일도 많다. 그래도 이용주 대표는 “시간의 힘을 믿는다”고 했다. 3년이 지났으니, 5년까지 버티면 새로운 길이 열릴 거란다. 그래서 한눈팔 수가 없다. 지인들은 찾아올 때마다 커피라도 팔아라, 이런 강사 연결해주겠다 등등 걱정 어린 조언들을 아끼지 않는다. 

그럴수록 이용주 대표는 초심에 기댄다. 농촌과 도시를 잇겠다는, 좋은 먹거리가 매개가 되어 그곳이 연결되는 꿈 말이다. 그것이 ‘우분투’라는 이름에 걸맞은 일이기에 이 대표는 놓을 수가 없단다. 길은 정해졌다. 뚜벅뚜벅 걸어가는 일밖에 남지 않았다. 이용주 대표가 노정하는 그 길에 우리의 앞길도 달려있다고 말하면 지나친 과장일까. 우분투북스가 걸어가는 길을 찬찬히, 애정 어린 마음으로 계속 지켜보고자 한다.


장동석_출판평론가, 『뉴필로소퍼』 편집장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0년 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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