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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Jun 24. 2022

10년을 이어온 고마운 책방 이야기

고마워 책방

손정승, 음소정 지음 / 218쪽 / 15,000원 / 유유



『고마워 책방』은 홍대 앞 동네서점 땡스북스 10년의 이야기를 대표가 아니라 두 직원의 목소리로 담았다. ‘땡스북스’를 우리말로 옮기면 ‘고마워 책방’이다. 책 제목도 잘 지었고 땡스북스의 주제 색인 노랑을 표지 색으로 써서 땡스북스를 이야기하는 책임을 잘 드러내었다.


땡스북스가 홍대 앞에 문을 연 2011년에 나도 마포로 이사를 했다. 집이 마포이고 책방에 관심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포의 책방을 찾아다니게 되었고, 땡스북스에도 일찍부터 발을 들였다. 처음 땡스북스에 갔을 때 받았던 느낌은 책방, 그것도 한국의 책방이 맞나 하는 거였다. 마치 멋진 상품들을 모아놓은 해외의 ‘편집숍’ 같았다. 책방을 이렇게 꾸밀 수도 있구나, 디자이너가 하는 책방이라 역시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고마워 책방』은 두 직원의 기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책도 1년 동안의 업무일지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역시 ‘적자 생존’이다. 적어야 살 수 있다. 기록은 참으로 힘이 세다. 

책에는 땡스북스의 정체성이 잘 담겼다. 

‘오리지널이 되자, 즐기자, 감사하자’

라는 땡스북스의 정신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합정으로 옮겨가면서 땡스북스는 음료 판매를 없앴다. 책방의 오리지널 요소인 책에 더 집중을 한 것이다. 마진율은 높지만 인력과 공간을 더 투입해야 하는 음료를 팔지 않는 건 땡스북스의 탁월한 선택이면서 자신감이라고 생각한다. 땡스북스의 정신은 모든 동네책방의 정신이기도 하다. 책방 일을 즐기고 하루 책 한 권의 판매에도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동네책방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동네책방은 정말 좋아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책에서 얘기하는 동네책방의 일에 대해서도 공감이 많이 되었다. 동네책방은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가 일어나는 곳이다. 내 인생의 책을 우연히 발견할 수도 있고 내 인생의 책을 함께 만들 작가를 불쑥 만날 수도 있다. 대형서점에서 보지 못했던 책을 만나고 동네의 특성을 살린 책들을 모아서 볼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동네책방은 공간과 현장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동네책방 운영에는 여러 어려움들이 있다. 물 위에 떠 있는 우아한 백조는 물속에서 끝없이 발을 저어야 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멋있지만 매일 크고 작은 일들을 바쁘게 처리하고 그러면서 오는 손님들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고마워 책방』을 읽으면서 출판사들과 위탁 직거래를 하는 땡스북스가 새삼 부러웠다. 모든 책을 현매로 구입하는 책방들은 땡스북스처럼 같은 책들을 여러 부수 갖춰놓는 진열을 하는 것도 어렵고, 안 팔리고 재고로 쌓이는 책들을 처리하기도 어렵다. 책 구입에 계속 자금을 투여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또 한 가지 부러운 점은 큐레이션 납품이다. 도서관이나 학교에서 요청한 목록의 책들을 납품하는 것이 아니라 주문한 곳의 콘셉트에 맞게 책방의 장점을 살려서 책을 납품해주는 큐레이션 납품은 우리 책방도 진짜 해보고 싶은 일이다. 


책방을 열고 싶다는 나의 열망에 불을 지폈던 땡스북스. 이 책을 읽으면서 땡스북스처럼 조은이책 10주년을 기념하는 책을 내고 이 책 안에 손님들이 들려주는 책방 이야기를 꼭 넣고 싶다는 또 하나의 열망을 갖게 되었다. 

고마워, 땡스북스 책방! 


조은희_조은이책 대표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1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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