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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Jun 23. 2022

책으로 만나는 책과아이들 25년

서점은 내가 할게

이화숙, 강정아 지음 / 312쪽 / 15,000원 / 빨간집

자꾸자꾸 책방

안미란 외 8인 지음 / 국민지 그림 / 176쪽 / 12,000원 / 사계절



‘책과아이들’이라는 서점을 알게 된 것은 한 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작년, 나는 한 카페에서 접이식 창문으로 환한 햇살이 들어오는 1층 책사랑방에 모인 사람들이 방정환 연극을 준비하는 사진을 보고서 이 서점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카페는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라 네이버 카페다. 작년과 재작년, 나는 지인의 소개로 정부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한국작가회의에서 주최하고 정부에서 후원하는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은 동네서점과 작가를 연결해 지원해주었다. 


사업에 참여한 서점은 네이버 카페에 가입해서 각자 진행하는 프로그램 사진을 올리고 파견 작가 정보를 공유했다. 그래서 책과아이들의 프로그램 사진을 보게 된 것이었다. 재작년부터 서점 이름을 보긴 했는데 왜 유독 그 사진이 눈에 들어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과 공간이 탐나서였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14개월간 상주작가로 지냈던 동네서점은 지하 1층에 있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책과아이들을 주제로 책 두 권이 올해 연달아 출간되었다는 것을 알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서점은 내가 할게』는 부산 동네서점들의 쑥반장 이화숙 선생이 묻고, 1997년 처음 문을 연 어린이청소년책 전문서점인 책과아이들의 부부 대표 중 한 분인 잠잠이 강정아 대표가 답하는 형식으로 쓰인 자전적 에세이다. 


‘잠잠이’는 지금은 ‘프레드릭’으로 이름이 바뀐 레오 리오니의 동화책이 처음 번역되었을 때 한국식으로 썼던 이름이다. 강정아 대표는 잠잠이가 노는 것처럼 보여도 자신만의 일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감동을 받아 별명으로 삼았다고 한다. 

이 책을 한 문장으로 말한다면 노동과 게으름이라는 흑백논리로 점철된 왜곡된 교육 때문에 망가진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어린이문학을 통해 다시 일어서게 된 시간들에 대한 기록일 것이다. 책장을 넘기며 나의 출산과 육아와 가정에 유폐된 것처럼 느껴지던 시절의 절망적인 감정들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그 외에도 첫 신혼살림을 수원에서 시작한 점, 다음 서점을 부산 양정에서 열고 교대로 옮긴 점도 흥미로웠다. 나 역시 결혼하고 처음 살았던 곳이 수원이고, 부산은 태어나서 20대 중반까지 살았던 곳이기에 생생하게 그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잠잠이 대표와 나의 교집합은 여러 개다.



잠잠이 대표가 책방을 운영하고 아이들과 책과 만나며 느꼈던 희망을 나는 소설을 쓰며 느낀 점이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이겠다. 5층 건물을 통해 많은 아이들이 청소년이 되도록, 그들의 부모와도 소통하며 이십오 년간 성장한 점은 부럽고 닮고 싶은 점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독서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비판적인 사고를 하게 하며, 서점의 목표는 성공이 아니라 어린이문학을 통해 계속 새로운 꿈을 꾸는 것이라고 말하는 부분이었다. 잠잠이 대표는 이를 두고 ‘사심 없는 기쁨’이라고 말한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책 육아’를 강조하는 이들을 종종 보는데 결국 목적은 명문대 보내기와 다름없음을 알고 환멸을 느꼈다. 하지만 돈과 출세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더 나은 현실을 원하고 꿈꾸기 위해서 책을 읽는 거라면 얼마든지 재미있게 많은 책을 읽어도 좋으리라.


이 책보다 조금 먼저 출간된 『자꾸자꾸 책방』은 책과아이들을 주제로 한 단편 동화집이다. 앞서 말한 작은서점 지원사업에서 상주작가로 지냈던 안미란 동화작가를 필두로 책과아이들에서 열렸던 동화 창작 공부 모임 멤버들이 동화집을 냈다. 원래는 독립출판물로 완성된 책을 사계절출판사에서 출간했다고 한다. ‘서점’과 ‘책방’의 차이는 무엇일까. 서점이 좀더 관리자에게 가까운 개념이라면 책방은 이용자에게 가까운 개념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아마 잠잠이 대표가 쓴 책에서는 ‘서점’이고 동화작가들이 쓴 책에서는 ‘책방’이리라. 



단어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이 둘은 같은 공간이다. 열 편의 짧은 동화를 읽으며 책방의 모습을 정감 어리게 상상해볼 수 있었다. 내가 사진으로 봤던 책사랑방은 물론 마당 앞에 있는 동백나무를 보고 그네 의자에도 앉아보았다. 

실제로 책방에서 진행했던 ‘본책방’이나 ‘한반나들이’에도 참가한 기분이다. 계단에 앉아있는 추억 할머니나 알게 모르게 책방을 응원하는 단골과 직원도 만났다. 책방 안에 살고 있는 개와 고양이와 대화하기도 했다. 생쥐가 쓴 책도 봤다. 모든 이야기 속에 책과 사람, 동식물들이 따스하게 존재했다.


고향의 유명한 서점이지만 시기가 맞지 않아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책방을 이렇게 먼 곳에서 반갑게 만났다.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무척 기쁘다. 부산에 가게 되면 두 아이의 손을 잡고 책과아이들에 들러 책사랑방에 앉아 책을 읽고 싶다.


김설아_작가, 『환상의 책방 골목』 공저자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2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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