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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Jun 27. 2022

진솔하고 유쾌한 동네책방 이야기

책방뎐

이지선 지음 / 264쪽 / 15,000원 / 오르골



솔직해지자. 

책방에 관한 책이나 책방지기가 쓴 책 출간 소식을 자주 접하다 보니 시큰둥해진 지 좀 되었다. 게다가 어지간한 책방 이야기는 저마다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쉽게 알 수 있는 세상이지 않나. 전주 ‘잘 익은 언어들’ 역시 워낙 활발하게 SNS를 운영했기 때문에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잘 아는 곳처럼 느껴졌다. 책방이 문을 연 2017년부터 그곳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행사와 다정한 손님들과 훈훈한 사연들, 우직하면서도 유쾌 발랄한 책방지기, 종종 등장하는 아들과 가끔 등장하는 딸, 드러나지 않아도 든든한 존재인 부모님까지 잘 익은 언어들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와… 책 안 읽었으면 어쩔 뻔했어.” 

이지선 대표가 쓴 책방 이야기 『책방뎐』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나도 모르게 내뱉은 말이다. 김장하러 친정인 부산을 다녀오는 길, 꽉 막히는 고속도로에서 읽어 내려간 보랏빛 책 사이사이에 노란 껌 포장지를 끼워 넣었다. 다시 펼쳐 보고 싶은 부분을 아쉬운 대로 그렇게 표시하다 보니 껌 한 통을 다 써야 했다. 


책에는 총 서른 아홉 꼭지의 글이 실렸는데 가장 재밌게 읽은 건 「종이산을 오르다」이고, 가장 감동적이었던 건 「이것은, 엔젤 투자자가 쓰는 글」이다. 저자가 “SNS에 올릴 만한 ‘사건’이었지만” 참았던, “그러나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그 이야기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책값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비슷한 기간 책방을 운영해 온 나에겐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이기도 했지만 설사 비슷한 경험을 했다 하더라도 과연 이지선 대표처럼 대처할 수 있었을까. 책장을 넘기며 이 사건을 따라가느라 얼마나 가슴 졸였던지! 


저자가 엔젤 투자자의 마음의 소리를 풀어서 쓴 글은 SNS를 통해 모두가 환호했던 대박 사건, 잘 익은 언어들 사옥 신축 이전이 어떻게 일어난 일인지를 소상히 알려주고 있다. 이제 월세 걱정 안 해도 되어 좋겠다며 마냥 부러웠던 것이 사실이지만(나의 엔젤 투자자는 어디에…),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고 나니 진심으로 이 책방이 더욱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겨났다. 차 안에 있는 식구들 몰래 훌쩍거리느라 혼났을 만큼 가슴 먹먹한 이 이야기는 단연코 『책방뎐』의 하이라이트다.


책의 4부 「여기서만 하는 이야기」가 있어서 다 읽고 나니 뭔가 이제는 정말로 잘 익은 언어들과 이지선 대표를 잘 아는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다. 책 표지가 왜 보라색이며 제목이 『책방뎐』인지 처음엔 의문이었는데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좀 알 것 같기도 했다. 

“이렇게 잘 익은 언어들이 꿈틀책방의 아이디어를 공유한 것처럼, 동네책방들 간에는 경쟁을 넘어서는 동료애가 존재한다.” 

무려 잘 익은 언어들 책방 이야기에 꿈틀책방이 등장하기 때문에 이 책을 권하는 건 아니다(그렇지만 그 아이디어가 궁금하다면 책을 사서 읽어보시길). 저자가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그다음 문장일 터.

전국의 동네책방들이 서로 추임새를 넣어주며 오래 존재하고 번영하기를, 저마다의 『책방뎐』을 계속 써 내려갈 수 있기를! 얼쑤!


이숙희_꿈틀책방 대표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2년 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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