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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Jul 07. 2022

진솔하고 담담한 그림책작가의 일상기

그림책 작가 깊이 만나기

호두나무 작업실

소윤경 지음 / 220쪽 / 14,500원 / 사계절



소윤경 작가와 가끔 마주칠 때면 살짝 달뜬 그녀의 열정으로 주변 분위기는 밝게 환기가 된다.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작가는 그렇게 살기로 한 작정 때문인지, 출판 동네에서 오랜 세월을 보내며 쌓인 연륜 때문인지 모를 일이지만 사람들과 격 없이 어울린다.


순수미술을 전공하고 작가만의 생각을 오롯이 담아 대중에게 내보이는 화가이거나 내용에 따른 주문 그림을 그려내는 일러스트레이터이거나 창작자로서의 노고는 과연 가치가 다른 것일까? 많은 작가가 고민하는 부분을 소윤경 작가는 적절하게 자신의 작업에 잘 녹여낸다. 화가로 일러스트레이터로 요즘에는 아이들을 위해 공연도 마다하지 않는 그녀의 열정은 지침이 없어 보인다. 그런 그녀가 담담하게 풀어놓은 에세이 『호두나무 작업실』은 작가의 성향을 짐작하게 한다.



시끌벅적한 도시에서 벗어난 그곳에는 나무와 풀과 흙이 있고 늘 함께하는 반려견이 있다. 집을 꾸밀 재료를 손수 실어 나르며 재게 움직였을 그녀의 작은 손은 또다시 붓을 잡고 연필을 잡는 작가의 일상을 살아간다.

“그리다가 망치면 다시 그리면 되고, 예술이 뭐 별거겠냐”

라는 작가의 말은 치열하고 고뇌에 찼던 과거, 지난한 작업 과정의 긴 터널을 지나 얻은 결론이리라. 

가끔은 지인들과의 수다로 행복해하고 돌아서면 또다시 작업에 열중인 그녀는 삶의 한복판에 꿋꿋하게 서서 적당히 유쾌를 찾으며 자신의 삶을 잘도 꾸려가는 듯 보인다. 


소윤경 작가의 에세이 중간쯤 나오는 ‘길을 찾으면, 다시 길을 잃는다’에 눈길이 머문다. 

시퍼런 청춘을 보내고 농익은 중년을 사는 작가의 화두는 동시대 사람들에게 얼마나 적합한 표현인지, 내용에 앞서 제목만으로 뭔지 모를 공감이 훅 밀려온다.

“고독은 사막을 여행하다 홀로 밤하늘의 별을 보는 것과 같다. 자신의 내면 깊은 곳의 문을 열고 들어가서, 한 생명으로서 응시하는, 우주에 대한 감탄과 경외로 가득 찬 슬픔이다”(192쪽)

라고 말하는 그녀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깊은 감정의 실로 촘촘하게 삶의 그물을 짜가며 작업으로 표현해내는 천상 아티스트이다. 


『호두나무 작업실』은 그녀의 일상을 엿보듯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담담하지만 진솔하게 벗과 나누는 오후 한 잔의 차와 같다.


손서란_책방 비플랫폼 대표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0년 5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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