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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Aug 05. 2022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것

가족이 있습니다

김유 글 / 조원희 그림 / 124쪽 / 16,000원 / 뜨인돌



찾아오지 못할 누군가를 한없이 기다려본 적이 있었을까. 

그렇게 그리던 이를 애타게 찾아가던 기억이 있었을까. 

그 대상이 가족이어도 좋고 사랑하는 사람이어도 좋다. 다만 끝내 만났으면 더욱 좋겠다. 

표지의 그림과 제목만 보고서는 짐작할 수 없었다. 더구나 표지에 어떤 그림이든 뒷모습이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 해의 마지막 달에 만난 한 권의 책을 보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안절부절 불안한 마음으로 넘긴 적은 드물었다. 

과연 기차를 타고 가는 개가 만나러 가는 가족을 제대로 찾을 수 있을지, 그렇지 못하면 어떻게 되지? 

그러면서 선장 할아버지와 가족이 되어 지내는 모습을 볼 때 안도감과 함께 그와 지내는 것처럼 나도 똑같이 좋았다.

선장 할아버지와 개가 나누는 대화에서

“우리가 서로 가족이 되어 주는 건 어떨까?”

“저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데요?”

“무얼 주거나 받기 위해 가족이 되는 건 아니란다. 가족은 그냥 함께하는 걸로 좋은 거지.”

“언제까지나 함께할 수 있을까요?”

“가족은 버리는 게 아니니까. 떨어져 있다가도 다시 만나는 게 바로 가족이거든.”


할아버지와 개가 주고받는 말에서 깊은 안도감을 느낀다. 


그런데 어느 날 불현듯 할아버지가 사라지고, 이를 찾아 나서는 개를 또 불안하게 지켜보아야 했다. 허름한 식당과 사람들에게서 외면받고 쫓겨 다니다 개장수에 끌려 실려 갈 때는 그저 어둠일 뿐이었다. 

나를 이토록 조바심 나게 만든 것은 거의 완벽하게 이들과 함께였기 때문이다. 내가 선장 할아버지를 찾아 나선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 정도의 몰입과 감정이입이 100쪽이 훨씬 넘는 분량 끝까지 이어졌다. 

처음 얼핏 보기엔 실크스크린 인쇄처럼 보였던 그림이 자세히 다가가면 손맛이 느껴지는 크레용 채색에 점점 빠져든다. 굵은 선이 정교하게 둘의 즐거웠던 모습을 표현할 때는 밝은 노란색 계열로 화사한 반면 둘의 관계가 떨어져 개가 혼자서 있을 때와 위험에 처했을 때는 어두운 갈색, 암청색, 먹 바탕이 깔리는 변화가 있다. 무엇보다 사람과 개의 대화가 마치 언제나 그래 왔던 것처럼 잘 어우러져 서로 다른 개체로 안 보인다. 

그가 개든 사람이든, 어떤 생명이든 상관없다.


언어와 모양새가 서로 달라도 마음을 나눌 수 있고 전해질 수 있다면 친구와 가족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그래서 땅 위의 절대자인 사람들에게 속삭이는 것처럼 말한다. 

더 겸손해질 것을. 

사람에게나 동물에게나 그 무엇에도 더 학대하지 말고 버리지 말 것을, 

너희의 즐거움을 위하여 희롱하지 말 것을.


완벽하리만치 균형 잡힌 글과 그림의 조형성, 여기에 주인공의 표정과 움직임을 따라가는 검정의 선과 점은 가장 빛나는 표현 중의 하나다. 그 때문에 몇 번씩 보고 넘기면서도 다시금 『가족이 있습니다』를 어루만지게 한다.


정병규_행복한그림책연구소 소장, 『우리 그림책 작가를 만나다』 저자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1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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