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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Oct 06. 2023

죽어가는 교단을 마주하다 만난 선생

선생 박주정과 707명의 아이들

박주정 지음 / 336쪽 / 17,800원 / 김영사



여기저기서 무너진 교단의 아픔을 견디지 못한 교사들의 죽음으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어지간해서 목소리를 내지 않던 교사들이 수십만 명씩 모여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아동학대 혐의와 분쟁들 사이에서 고민하다 세상을 뜬 교사들에 대해 어떤 이들은 ‘그보다 힘든 직업이 얼마나 많은데 그 정도 고통으로 스스로를 버리느냐’고 질책한다. 고통의 강도도 강도지만 교사가 명예심을 잃는 순간 느끼는 수치심과 자괴감을 이해하지 못하는 소리다.


『선생 박주정과 707명의 아이들』은 무슨 연유로 바로 지금, 내게로 다가왔을까. 정년을 5년쯤 남겨두고 34년 동안 지켜온 나의 교단을 돌아보는 바로 이 순간, 온 나라가 바스러진 명예 앞에 죽어가는 교사들을 애도하는 바로 이 시점에.


많은 교사들의 바람은 수업이며 학생 지도와 소통이며 모두 뛰어난 교사가 그대로 행정을 담당하는 관리자가 되는 일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만나는 교장과 교감, 교육청 행정가들 중에는 교육 현실을 잘 모르거나 학생들에게 별 관심 없거나 수업의 중요함을 간과하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더더욱 박주정 선생의 존재는 신선하다. 그는 진정 좋은 교사이면서 좋은 행정가이기도 하다. 

학교에서 소외되고 가정에서마저 버림받은 학생들을 위해 독창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발로 뛰어 문제를 해결하는 행정가라니!


이 책을 잠자리에서 순식간에 읽었다. 읽고도 오랜 시간 생각이 많아 잠들기 어려웠다. 박주정 선생의 이야기는 단 한 사람의 일생이라 하기엔 너무 겹겹이, ‘찐~’하다. 그가 겪은 일과 해낸 일들이 너무 많아서 놀랍기까지 하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것은 그의 이런 탁월한 행정가이자 실천가로서의 면모가 아니다. 그의 가장 큰 능력은 ‘사람들을 모아 연대하게 한다’는 것. 무엇보다도 그는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 사랑이 많은 사람이다. 마음에 상처를 받은 학생을 만나도, 분노에 가득 차 비합리적인 생각에 사로잡힌 학부모를 만나도 그 사람을 설득하고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모든 능력과 열정은 오직 어린 학생들, 특히나 불우한 젊은이들에게 쓰인다.


책을 통해 나를 찾아온 박주정 선생에게 거꾸로 내가 묻는다. 당신은 내게, 좋은 교사였느냐고 묻는가? 당신은 내게, 고단한 인생을 한탄할 만큼 치열하게 살았느냐고 묻는가? 나보다 더 힘겹게, 더 뜨겁게 살고 있는 어떤 이 앞에 한숨은 부끄럽지 않은지 묻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런 질문 앞에 고개를 숙이고 나는 남은 시간이 얼마가 되었든 슬픈 교단이나마 지키러 새벽 일찍 일어나리라. 동료 교사와 어떻게 서로를 도울지, 애도에 그치지 말고 어떤 대안을 만들 것인지 생각해 볼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는 적이 아니며, 학교가 아프면 모두가 아프다는 것을, 특히 가장 잘 자라야 할 우리 아이들이 아플 수밖에 없음을 다시 한번 깨달으며 나는 학교에 가련다. 

학부모들에게는 “우리가 함께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 서로를 믿고 힘을 합칩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서로가 존중해야 학교는 행복하고 여러분이 잘 자랄 수 있습니다”라고 말해주련다. (교사용)


안정선_서울 경희중 교사, 『오히려 학교』 저자


이 콘텐츠는 <월간아침독서> 2023년 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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