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우 글 / 이윤희 그림 / 76쪽 / 17,000원 / 창비
3년 전, 조용한 동네 2층 주택을 수리해서 연구소로 사용하다가 목줄을 하지 않은 채로 사납게 짖어대는 옆집 개들 때문에 1년을 겨우 버티다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코코에게』를 본 순간 쓰라린 기억이 떠오르면서 개들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그런데 그들에게 이름이 있었던가? 기억을 더듬어보니 주인이 이름을 부르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 무서워하지 말고, 코코처럼 정답게 부를 수 있는 이름을 지어줄 걸 그랬다.
표지 그림에서 빨간색 가슴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도 그 일 때문일 것이다. ‘아, 안전하겠구나!’ 가슴줄은 모두의 안전을 지켜주는 장치이다. 주인을 빨리 이끌기도 하고 천천히 걷게도 하고 무언가를 발견하면 멈추게도 한다. 주인은 그 속도에 맞추어 걷고 멈추고 기다리며 낮은 곳을 함께 본다.
최현우 시인이 반려동물과의 가슴 벅찬 나날을 표현한 시 「코코, 하고 불렀습니다」를 새로 다듬은 글에, 이윤희 작가의 섬세한 재해석이 돋보이는 그림이 더해져 따뜻한 시 그림책이 탄생했다. 여기에 가로, 세로로 구성된 분할 컷과 시원한 펼침 컷의 변주가 더해져 작품이 더욱 빛난다.
한겨울, 아이는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강아지의 외로움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매고 있던 빨간 목도리를 풀어 강아지를 소중하게 감싸 안고 집으로 데려가서는 ‘코코’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다른 이름을 가졌던 강아지가 같은 상처를 생각할까 봐 가장 쉬운 이름을 골라주었다. 다정하면서도 부르기 쉬운 이름을.
전봇대와 그 밑에 핀 풀꽃, 천변의 붕어들과 풀 사이에 숨겨진 반짝이는 병뚜껑은 코코와 함께이기에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코코가 이끄는 대로 다니며 생기 넘치는 골목길 풍경을 구경하고, 각자의 삶에 충실한 사람들을 만나고, 땀 흘리며 계단을 뛰어올라 마을 꼭대기에도 올라 본다.
아이와 코코가 가슴 충만한 날들을 보내며 성장하는 동안 동네가 재개발되면서 옛 풍경은 사라졌지만 둘은 여전히 함께이다. 이사하는 날, 코코는 처음으로 소년의 손을 뿌리치고 어딘가를 향해 달려간다.
처음 만났을 때처럼. 빨간색 목도리와 빨간색 가슴줄이 ‘심장’이라는 메타포로 이어지며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돌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아이와 코코의 눈부신 이야기를 읽는 이들은 돌봄이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주고받는 것이며 서로의 속도에 맞추어 함께 나아가는 성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김은아_그림책 칼럼니스트, 『Who am I : 그림책 상담소』 저자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3년 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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