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신간 읽는 책방 할머니
임후남 지음 / 240쪽 / 14,800원 / 생각을담는집
어린이책을 읽어오고 있다. 오랫동안 어린이책을 읽는 이유를 누군가 물었다. 나는 ‘발견’이라고 말했다. 내가 미처 만나지 못한 새롭고 낯선 어린이를 책 속에서 발견하는 즐거움이 크기 때문이다. 읽었던 책 중에 기억에 남는 어린이는 『나는 상어다』의 옌니다. 그 아이는 말이 없고 책읽기와 혼자 생각하기를 좋아한다. 목소리가 작아 발표 시간마다 선생님에게 지적을 받는다. 작년 어린이날에 한 어린이는 목소리가 작은 어린이를 위해 교실에 마이크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어린이가 작다고 마음과 생각까지 작은 건 아니다. 이런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자신의 꿈을 이루고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어린이책을 읽는다.
언제부터인가 책방을 하는 꿈을 품고 있다. 집 앞에 있는 가게가 비워질 때마다 ‘저곳에 책방을 하면 좋겠는데…’ 하는 생각을 한다. 내가 꿈꾸는 책방의 모습을 하고 있는 책을 만났다. 『내 꿈은 신간 읽는 책방 할머니』이다. 책방을 찾아오는 사람들 이야기, 책방을 둘러싼 사계절 풍경 이야기, 저자가 책방을 하면서 느끼는 작은 일상들 그리고 책방을 자신들의 문화와 예술을 누리는 장소로 만드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자분자분 조용한 문장이 마음에 여운을 남긴다.
저자의 책방 ‘생각을담는집’에 다녀간 사람들의 이야기 중에서 잔상으로 남는 풍경이 있다. 책방에 들어서면 소년이 된다는 50대 사내, 아빠나 남편이 아닌 그냥 ‘나’로 불리는 순간이 얼마나 그를 달뜨게 했을지 공감이 간다. 책방을 찾은 아이들 모습에서는 아이들이 오가는 길목에 책방이 자리하는 그 정경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그 아이들이 성장해서 추억할 그곳이 얼마나 아름다울까. 저자의 꿈대로 할머니가 될 때까지 책방을 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마음이 한참 머물게 한 꼭지는 “잘 살아보기도 했고 못 살아보기도 했는데 재밌어요, 사는 것은”이라며 처연하게 자신의 처지를 말하는 손님의 이야기였다. 대기업 공장 짓는 데서 청소 일을 했는데, 새벽부터 나가 일했다. 그렇게 열심히 하면 한 오백은 벌어야 할 거 같은데, 그만큼 벌지는 못하더라. 청소하는 사람들은 사람이 아니더라. 건물 안의 화장실도 못 쓰더라. 그럴 때도 책은 읽었다고 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은 저자의 글이 마음을 적신다.
“그가 머문 시간은 불과 20여 분 남짓. 그가 가고 난 후 나는 바닥에 흥건한 그의 이야기들을 주워서 오래 말렸다.” (27쪽)
저자가 유난스레 자랑하는 것은 책방을 둘러싼 자연 풍경이다. 사계절이 다 좋다며, 그중에서 봄이 으뜸이라고. 땅에서 나무에서 나는 새순, 온갖 꽃들 자랑이며 다시 오지 못할 봄이라고 한다. 자연의 경치를 배경으로 열리는 음악회, 전시회, 북토크! 무대미술이 따로 필요 없을 것 같다. 책방 문화 전시회를 찾은 사람들은 그날만큼은 행복할 거다. 그런데 「연극이 끝난 후」에 나오는 노래 가사처럼 전시회가 끝난 후에 남는 정적과 어둠도 느껴진다. 힘든 일을 즐겁게 하는 저자를 응원한다. ‘신간 읽는 책방 할머니’ 꿈도 이루길 바란다. 나도 내 꿈을 포기하지 않길 바라며 『랩 걸』에서 보았던 문장을 떠올려 본다. “모든 우거진 나무의 시작은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는 씨앗이었다.”
김인숙_㈔어린이도서연구회 이사장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3년 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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