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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Oct 24. 2023

동물의 입장이 되어서야 비로소 느끼는 고통

네가 되는 꿈

서유진 글·그림 / 48쪽 / 22,000원 / 브와포레



1958년 벨기에에서 아프리카 콩고 같은 식민지의 사람들을 울타리에 가두고 ‘인간 전시회’를 연 적이 있다. 콩고인들은 전통 복장을 하고 대나무 울타리 뒤에서 유럽 백인들의 교육과 즐거움을 위해 그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수공예 작업을 해야 했다. 백인들은 그런 원주민을 구경거리로 전락시키고 먹을 것을 주며 맘껏 조롱했다. 물론 이 전시회는 국제적으로 엄청난 비난을 받고 막을 내렸지만 60여 년이 지난 지금 인간 전시에서 동물 전시로 대상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사람들의 시끄러운 소리와 탁한 공기로 갑갑한 실내 동물원. 가족 단위 방문객들의 웃음소리는 끊이지 않고 연신 터지는 플래시와 동물을 구경하는 관람객들로 실내는 북적인다. 반면에 좁은 우리에 갇혀 무기력하게 처져 있는 동물들. 어떤 동물은 빙글빙글 제자리를 돌며 의미 없는 행동을 반복하고 신경은 한층 날카로워져 있다. 동물들은 이 좁은 감옥에서 평생 나올 수도 없다. 


이 모습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원의 풍경이다. 동물들의 고통을 장식 삼아 인간은 재미를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시의 대상이 동물에서 인간으로 바뀐다면 어떨까? 

『네가 되는 꿈』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인간과 동물이 뒤바뀐 상황을 우리 속 소년의 시선을 따라가며 동물들의 고통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무채색으로 표현된 우리 속 인간은 벌거벗은 채 겁에 질려있고 불안한 표정과 경직된 몸짓은 움츠려져 있다. 탈출은 꿈도 꿀 수 없고 살아서는 그곳을 벗어날 수도 없다. 반면에 우리 속 인간을 구경하는 동물들은 인간을 신기해하며 만져보고 사진도 찍는다. 때때론 먹을 것도 준다. 동물들에게 인간은 유익한 놀잇거리이자 구경의 대상이지만 인간에게 동물은 공포의 대상으로 표현한 것이다. 상대방을 이해하려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는 말이 있다. 책을 읽는 잠시 동안 소년처럼 동물의 입장이 되어서야 비로소 동물들의 고통을 느꼈다.

철창 밖으로 나왔다가 세상을 떠난 퓨마 ‘뽀롱이’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아팠다던 서유진 작가는 『네가 되는 꿈』을 통해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고민의 깊이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자 한다. ‘뽀롱이’가 세상을 떠난 뒤 도심 속을 활보 한 얼룩말 ‘세로’ 그리고 최근 동물원에서 탈출했다가 근처 농장에서 사살된 암사자 ‘사순이’까지…. 동물원에서 탈출한 동물들의 이야기가 꾸준히 사회면에 등장한다. 

동물들의 처지를 가엽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으며 동물들의 처우를 개선하라는 요구도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동물원 동물들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전시 동물이 있는 곳은 가지 말자는 인식도 확산되는 추세다. 대다수의 동물원 동물들은 그들의 권리를 박탈당한 채 좁은 우리 안에 갇혀 최소한의 복지도 누리지 못한다. 동물도 희로애락을 느끼는 생명이고 동물의 권리는 동물에게 부여되어야 한다. 그들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이해하려는 자세를 『네가 되는 꿈』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깨닫기를 바란다.


심선화_동반북스 대표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3년 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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