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 창작을 만드는 작은 동물들
이자벨 심레르 글·그림 / 김희정 옮김 / 17,000원 / 72쪽 / 반달
이자벨 심레르 그림책은 작가의 이름을 모르더라도 서점에서 보면 무심코 집게 된다. 프랑스어판으로 봐도, 영어판으로 펼쳐도, 한 장 한 장 천천히 넘기며 아름다운 선과 색의 향연에 빠져서 마법처럼 지갑을 열게 되는 그림책, 그것이 이자벨 심레르 그림책의 매력이다. 이번 『아이디어 : 창작을 만드는 작은 동물들』에서 그 매력의 첫 단계를 공개했다.
생각이란 물리적으로 손에 쥐거나 발로 찰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어떤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가도 시간이 흐르거나 잠시 딴생각 중에 잊기도 하고 엉뚱하고 이상한 생각으로 흘러가곤 한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집중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작가는 이럴 때 최대한 자유롭게, 충분히 여유롭게, 도중에 아이디어를 잊어버려도 조급해하지 않고 다시 떠오르기를 기다리면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 말한다. 간단한 것 같지만, 작가가 풀어낸 이미지와 함께 글을 읽다 보면 그가 작업하는 지난한 과정이 느껴진다. 한 인터뷰에서 작가는 그림책을 만드는 과정을 모험과 같다고 했다. 이 책은 그 모험의 여정을 기록한 것이다.
처음 시작되는 이미지는 될 듯 말 듯, 곧 다른 형태로 흐르는 선형 이미지로, 동작을 빠르게 바꾸는 생각의 크로키다. 곧 형태를 잡아보지만 이번엔 구체적인 생각이 너무 많다. 그것도 이내 연기처럼 사라지고 작가는 아이디어 포획을 구상한다. 잡으려는 아이디어 모습은 벌새도 날치도 아닌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이 벌새날치는 기괴하지만 아름답다. 날아가 버리는 벌새날치는 빠르게 움직이지만 작가는 붙잡지 않는다. 단지 관찰할 뿐이다. 잠시 아이디어를 생각하던 것에서 멀어지려할 때 떠오른 아홀로틀(도롱뇽) 한 마리는 너무 앙증맞다. 다시 아이디어는 여러 방향으로 자유롭게 흘러가고 작가는 찬찬히 그 속도에 따라붙는다. 그렇게 만나는 최종 아이디어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웃음이 터지는데, 작가의 전작인 『깃털』과 『나의 야만 고양이』를 본 독자라면 분명 공감하리라. 원작의 제목에는 ‘drôles’(재미있는, 우스운, 이상한) 단어가 들어가 있다. 작가는 아이디어를 생각한다는 건 참 재미있고 이상한 동물과 같다는 비유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비유는 독자의 흥미를 돋우고, 동물 형태가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변태하는 과정은 신기하고 재미있어 어린 독자들도 재미와 미감을 충분히 느낄 것이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창작한다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고 아름다운 일인지 표현했다. 늘 작은 생물들을 관찰하고 생각하기를 좋아하는 작가는 평소 자신의 일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또 얼마나 사랑하는지 이 그림책을 통해 보여준다.
김수정_그림책 기획자, 『대롱대롱』 저자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4년 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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