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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구성원을 돌보고 지키는 지식과 지혜

취향 독서, 책방 큐레이션 1 - 반달서림

by 행복한독서

반달서림은 용인시 동백지구에 위치한 생태인문서점입니다. ‘반달서림은 생태서점이니까 식물과 환경에 관한 책들이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고 오셨다가 당황하는 손님들을 많이 봤습니다. 그러게요. 저희 서점에는 왜 이렇게 인권, 심리학, 사회, 가족에 관한 책이 많은 걸까요? 서점 전면책장에는 왜 시집이 빼곡히 꽂혀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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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생태적 삶’ ‘생태 감수성’ ‘생태주의’ 같은 용어를 많이 접하지만 여전히 그 의미를 제대로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생태주의와 자연주의, 환경주의는 동의어가 아닙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생태주의’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자연주의는 자연에서 이상을 발견하려는 주의이고, 환경주의는 자연환경 보존과 환경문제 해결을 중시하는 태도를 말합니다. 생태주의는 산업 자본주의의 진전으로 인해 지구가 급속도로 오염되고 파괴되는 상황 속에서 인류가 범해온 잘못을 인식하고 사회적, 제도적 장치에서 비판적으로 원인을 찾고 미래의 대안을 모색하는 생태 중심적 흐름을 의미합니다. “나는 생태주의자야”라고 말하는 건 “나는 비판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이야”와 같다고 하면 쉽게 정리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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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적으로 풀이하면, 생태주의(ecology)의 에코(eco)라는 말은 그리스어로 집을 뜻하는 오이코스(oikos)에서 유래되었습니다. 로지(-logy)는 로고스(logos)에서 나온 말로 지식을 말합니다. 지구라는 우리의 집을 돌보고, 지구의 구성원인 가족을 돌보는 지식과 지혜를 말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가족의 범위는 인류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가 지구의 구성원이고 가족입니다.


『새로운 배움은 경계를 넘어선다』에서 인용하면,

“이콜로지는 지구에 사는 어떤 하나의 종을 깊게 파고들어 연구하는 학문이 아니고, 어떻게 서로 다른 종이 지구에서 조화롭게 살지, 어떻게 함께 연결되어 관계를 맺고 살아갈지 공부하는 것입니다. 이콜로지는 기존의 생태학적인 배움보다 더 심층적이고 더 근본적인 개념”입니다.

그래서 생태인문서점 반달서림의 큐레이션은 매우 다양합니다. 생태계가 복잡하고 복합적인 것처럼요. 분야를 정확히 나누기도 어렵습니다. 환경문제는 공동체가 깨져서 오기 때문이고, 공동체가 깨지는 것은 우리에게 시의 마음, 즉 생명의 마음이 없기 때문이고, 우리가 이렇게 팍팍하게 살아가는 것은 대량 생산, 대량 소비, 대량 폐기를 종용하는 자본주의의 폐단이고, 자본주의가 이렇게 흘러가는 것은 사회적, 제도적 원인 때문이고, 이로 인해 가정이 파괴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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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멸의 시대에 사는 우리가 해야 하는 것, 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아닐까요?

나 자신의 마음을 어루만져야 합니다.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살펴야 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합니다. 자연의 권리를 인식하고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지구는 인류만 사는 집이 아니니까요.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함께 살아야 살 수 있음을 마음으로 느꼈으면 합니다.


유민정_반달서림 책방지기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4년 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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