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따라 걷는 공간, 그리고 사람 이야기

by 행복한독서

역사를 품은 역, 역세권

박은주 지음 / 240쪽 / 17,800원 / 미디어샘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용해 봤을 지하철. 지하철은 주로 대도시의 대중교통으로 사용되어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의 여러 도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74년 지하철 1호선 개통을 시작으로 서울 도심의 지하와 지상을 누비며 수많은 시민의 발이 되어 많은 사람에게 편의를 제공해 주고 있다. 지하철은 대중교통의 역할뿐만 아니라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기억하게 하거나 그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물이 되기도 한다.


『역사를 품은 역, 역세권』 제목부터가 독특하고 신선한 이 책은 그저 일상의 한 공간이던 역을 역사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 흔히 경제용어로 많이 사용하는 ‘역세권’은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꼽히지만 저자는 전태일기념관(1·3·5호선 종로3가역 15번 출구), 이진아기념도서관(3호선 독립문역 3번 출구), 윤동주문학관(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 등 지하철역 주변의 역사적 공간에 주목한다.

동네7-역세권_윤동주문학관.jpg <윤동주문학관>

책에는 서울 지하철 16개의 역에 담긴 역사적 이야기와 작가가 연출했던 「오일팔 증명사진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현재 남아있거나 조성된 공간들을 중심으로 선사시대부터 근현대까지 관련 인물과 사건을 이야기한다. 무심코 지나치던 역 근처에 생각지도 못한 역사적 공간이 있다는 걸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역사적 공간을 단순히 소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역사적 현장에 함께했던 이들의 증언과 인터뷰를 더해 더욱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작가는 「역사스테이 흔적」 「마흔세 살 오일팔」 같은 굵직한 역사 교양 프로그램을 기획·제작한 PD다. 특히 「마흔세 살 오일팔」은 그가 기획·감독한 장편 다큐멘터리로 2023년 제56회 휴스턴국제영화제에서 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PD는 사람을 아껴야 한다”라고 말하는 작가는 사람에 대한 관심, 끊임없는 질문의 연속으로 이 책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글 안에서 사람과 장소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력이 돋보인다. 그는 우리의 아픈 근현대사를 들여다보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으며, 멀리 있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지하철 정거장에서부터 ‘아름다운 역사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하루하루 지하철을 이용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는 많은 이들에게 작가는 말한다. 어쩌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인생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연결고리를 찾아 오늘을 지탱할 힘을 찾는 삶이라고.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의 대사처럼 지하철은 우리네 인생과 생활을 싣고 달리고 있다. 지하철은 역사(驛舍)이자 역사(歷史)를 만들어내는 공간이기도 한 것이다.


역사는 우리의 삶과 함께하고 공존하고 있음을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닫길 바란다.


주상호_사유의사유 책방지기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4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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