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불편해도 나랑 노니까 좋지
김나무 지음 / 326쪽 / 17,500원 / 위고
열감기를 앓고 난 네 살 때부터 청력을 잃은 동생을 둔 누나 성은. 그가 동생과 지나온 어린 시절에 대해 조곤조곤 이야기한다. ‘얼마나 슬펐을까?’ ‘얼마나 힘들었을까?’ 사람들은 짐작하기 쉽다. 누나 성은도 장애인 가정에서 자란 어린 시절을 “외로움과 고요함 그리고 혼란으로 가득 차 있었”던 시기로 오랫동안 기억했었다. 어린 성은은 초등학교 때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침대에 누워있는 엄마를 보고 엄마가 죽을까 봐 무서웠다.
그러나 누나 성은은 김나무라는 필명으로 이 책을 쓰면서 소리를 제외한 채 순수하게 동생과 어울리던 시기에도 분명 “잘 보호받았고 행복한 순간들을 보냈다는 사실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제 나이를 먹어 그때를 돌아보니 “그저 동정만 하기엔 너무나 선명한 엄마 자신의 선택과 노력이” 보이기 시작했다. “장애인 아들을 어떻게 보살필지 결정하고 선택의 결과들을 감당해낸 실천의 시간들이” 제대로 보였다. 그러면서 이상하게도 엄마의 지나온 삶을 존중하고 이해해 보려고 하면서 누나였던 자신의 외로웠던 시간도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 슬퍼하고 걱정하고 대책을 세우는 것은 부모님의 몫이었기 때문에 동생과 노는 일에 열중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어쩌면 소리를 제외한 채 동생과 몰두하던 놀이들이 자신의 고유함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은 누나 성은이 자신을 포함해 모든 비장애 형제들에게 건네는 헌사이자 그 동안 잘 성장해 줘서 고맙다는 위로와 앞으로도 잘 살게 될 것이라는 축복의 언어이다.
사실 그림과 글로 표현된 작가의 어린 시절을 따라다니다 보면 그때 누나 성은의 외로움과 불안, 두려운 감정이 전해진다. 너무 외로워서 “장애인 동생을 가져 적게 보살핌받는 누나인 나를 누가 동정하는 것 같으면 그런 동정심마저도 소중하게” 느껴질 정도였다니. 장애 형제자매를 이해해 주고 보살펴 주어야 한다는 부모의 기대에 짓눌리면서 부모의 관심에서는 밀려나 있는 여느 비장애 형제자매와 흡사하다. 성은 역시 동생에게 엄마를 양보해 줄 수밖에 없었으며, 친구들에게 동생에 대해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며 성장기를 보냈다.
장래 희망마저도 장애인 동생을 둔 것과 무관하지 않았다. 엄마는 동생 같은 장애인을 돌보는 사회복지사나 언어치료사가 되면 좋겠다고 했지만 작가는 ‘그냥 누나’가 되기로 결심한다. 동생에게는 그냥 잘해주면 된다고 여기면서. 비장애 형제자매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은 가보지 않았을 새로운 길을 만났지만 누나 성은은 뚜벅뚜벅 자기 길을 걷는다.
김나무 작가는 “장애란 무엇인지, 장애는 어디에서 오는지, (…) 나와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 계속 질문을 해왔다고 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독자들 역시 김나무 작가를 줄곧 따라다니던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차별과 혐오가 만연한 우리 사회 구성원들 모두가 함께 찾아 나가야 할 답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조금 불편해도 같이 놀아야 하는 관계이다. 이 책을 통해 비장애 형제들을 이해하면서 ‘조금 불편해도 같이 노니까 좋은’ 관계들이 두텁게 쌓여나갈 수 있을 듯하다. 성은이와 원일이는 우리 곁에 있다.
김효진_인권운동가, 『이런 말, 나만 불편해?』 저자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4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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