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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만큼 흥미로운 미술관 이야기

by 행복한독서

그림이 더 잘 보이는 미술관 이야기

이소영 지음 / 320쪽 / 19,000원 / 모요사



“미술관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서점이나 극장, 음악 감상실 등을 떠올리면 미술관 전성시대는 세계적 현상임에 이의를 달기 어렵다. 우리나라에 한정해서 보더라도 뚜렷하다.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더 많은 사람이 모이고, 해외 유명 갤러리들이 한국 지점을 개설하며, 세계 3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프리즈(Frieze)'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서울 전시를 시작했다.


『그림이 더 잘 보이는 미술관 이야기』의 저자는 대학에서 역사를, 대학원에선 현대미술을 전공했다. 잡지사 기자, 웹 기획자 등을 거쳐 현재는 책방 ‘마그앤그래’ 운영자다. 미술관에 대해 이보다 더 밀도 있는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이야기꾼은 찾기 어려울 듯하다.


책 내용을 종합해 다섯 가지 포인트로 풀어봤다.

첫째 ‘미술관은 자유다 음악당이나 영화관, 스포츠 경기장 등과는 달리 미술관에선 관람자 스스로 여러 요소를 선택한다. 관람 시간이나 동선은 물론 도슨트나 오디오 기기 같은 해설 방법 이용에서도 자유롭다. 작품 감상 방법은 철저히 관람자 취향과 기호에 따른다.

둘째 ‘미술관은 역사다’ 작품들의 예술성과 역사성은 말할 것도 없고, 각 나라를 대표하는 미술관 설립 동기와 발전 과정은 그 나라 역사와 생기 있게 맞물려 있다. 각각 기차역과 발전소를 개조해 성공적인 리모델링을 달성한 오르세 미술관과 테이트 모던이 대표적이다.

셋째 ‘미술관은 문화다’ 미술관이 선사하는 문화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아트숍이 상품 판매를 넘어 작품 향유 방법을 깊게 하는 역할을 하고, 카페는 감상과 휴식 및 먹을거리를 연결해 준다. 때때로 미술관이 시위 현장으로 돌변하면서 저항 문화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넷째 ‘미술관은 과학이다’ 기온, 습도, 먼지, 빛 등 일상 장애물로부터 최적 방어할 수 있는 과학적 조건을 탐구하는 장이 되고 있다. 전쟁, 지진, 화재, 홍수 등 갖가지 도전에 대한 응전의 안간힘이 발휘되는 장소다. 미술품만큼 그런 변수에 민감한 예술도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미술관은 혁신이다’ 주최 측이 전시한 작품을 일방적으로 보여주던 방식에서 더 나은 관람과 체험을 실현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 전시 벽면부터 시작한 변화의 몸부림은 수장고 개방, 미디어아트, 가상현실 같은 세계로까지 전개됐다.


이처럼 미술관에 얽힌 미시적인 사건부터 거시적인 의미까지 담백하게 버무려 한번 잡으면 놓기 힘든 책으로 풀어놓은 저자의 박식함이 놀랍다. 작품이나 화가 뒷이야기가 아닌, 미술관이라는 주제를 간결하고 유장한 문체로 흥미롭게 엮을 수 있는 건 앞서 언급한 저자의 경력 덕택일 것이다.

미술관의 과거와 현재를 관통한 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미술관이란 아차 하면 서늘한 무덤이 될 수 있는 곳이다. 과거가 된 작가의 예술 세계를 오늘에도 의미 있는 것이라 설득할 힘이 없다면, 그곳에서 미래를 상상할 여지가 없다면 말이다.”


미술관의 과거, 현재, 미래를 더듬어보는 일은 결국 우리네 삶을 돌아보고 내다보는 일과 같다. 그래서 미술관에 가고 싶다.


도광환_연합뉴스 기자, 『미술-보자기』 저자


-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4년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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