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우리에게 일어난 일
에밀리 보레 글 / 뱅상 그림 / 윤경희 옮김 / 52쪽 / 15,000원 / 문학동네
이 책을 쓴 에밀리 보레는 네 살 아들에게 반려묘의 죽음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 주지 못한 자신의 경험을 떠올렸다고 한다. 함께 동고동락하던 반려동물 그리고 가족과의 준비되지 못한 이별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사뭇 진지해지는 주제이기도 한 죽음.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 주어야 할까? 그 해답을 이 그림책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첫 장면에서 보기만 해도 흐뭇하고 사랑스러운 아이와 고양이의 포옹 장면을 볼 수 있다. 고양이를 꼭 끌어안은 아이의 모습에서 행복감이 묻어난다. 매일이 같은 어제와 오늘이었지만, 오늘만큼은 엄마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눈물을 가득 담은 눈으로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엄마는 아이를 꼭 안으며 말한다.
아이와 함께 생활하고 추억을 쌓았을 고양이 듀크. 아이는 듀크와 함께했던 일상 이야기들을 기억해 낸다. 방귀쟁이에다 낙엽을 휩쓸고 다닐 정도로 털이 수북한 고양이 듀크. 엄마는 마침내 이렇게 이야기한다.
아이가 묻자 엄마는 아이의 손을 잡고 바깥으로 나간다. 하늘에서 내려온 기다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고 하다가 아빠가 깊게 파놓은 두더지 함정 구멍 속 사다리를 타고 땅속으로 내려갔다고 이야기를 꾸며낸다. 아이는 알고 있었다. 엄마가 지어낸 말이 엉터리라는 걸. 엄마가 이야기를 지어내려고 애쓰고 있다는 걸 말이다. 엄마는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듀크가 아파서 죽었다는 말을 솔직히 말하지 못하겠다고 말이다. 너무 슬프고 엄마도 무서웠다고. 어쩌면 어른이 어린이들보다 속내를 감추고 두려움이나 무서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죽음도 인간 생의 자연스러운 일부분이라는 걸 있는 그대로 아이들에게 알려주면 된다.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말이다.
아이는 마침내 듀크가 어디로 갔는지 스스로 깨우치게 된다. 그리고 듀크와의 추억을 함께한 엄마, 아빠를 껴안고 함께 울고 함께 슬퍼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리워하는 누군가를 함께 기억하고 함께 슬퍼하고 추억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알게 된다.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 언젠가는 마주하게 되는 하나의 과정인 것이다. 죽음에 대해 아이와 이야기 나누고 싶다면 이 책을 함께 읽어보는 건 어떨까? 가까운 누군가를 마음껏 그리워하는 시간, 마음 놓고 펑펑 울 수 있는 시간, 사랑하는 소중한 존재를 함께 추억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서로에게 큰 위안이 되고 마음의 안식처가 된다. 우리 마음속 한가운데 영원히 있을 테니까.
정희정_최고그림책방 대표, 『하루 10분 그림책 읽기의 힘』 저자
-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4년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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