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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저 혼자인 작은 아이

by 행복한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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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의 처음 학교 가는 날

스티나 클린트베리 글 / 다비드 헨손 그림 / 정재원 옮김 / 32쪽 / 15,000원 / 책과콩나무



미라는 누구보다 학교에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드디어 처음 학교 가는 날 아침이 되자 거침없이 신나게 달려 나간다. 걸음은 엄마보다 빠르고 기운도 훨씬 좋다. 엄마 손을 잡고 가지만 엄마에게 의지하지 않는다. 너무 빠른 미라 손에 이끌려간 엄마는 액세서리처럼 작게 대롱대롱 매달렸다. 마음도 몸도 한껏 부풀어 미라가 보낼 하루가 벌써 기대된다. 그러나 문제는 학교 앞에 도착했을 때 시작된다. 학교에 들어가야 하니 엄마 손을 놓아야 하는데 손을 놓은 순간 미라는 좀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시야에 들어오는 미라는 몸 크기만으로도 걱정스럽다. 집 앞 계단을 내려올 때부터 등굣길 내내 점점 쑥쑥 더 커다랗게 몸집을 키웠던 미라는 어느새 손가락 끝으로도 가려질 만큼 쪼끄매져 있었다. 선생님 질문에도 힘껏 대답했으나 ‘삐약’ 소리밖에 나오질 않는다.


운동장은 더 두렵다. 그 누구도 미라를 보지 않는다. 아니 아무도 미라는 존재하지도 보이지도 않는 듯 뛰어다니며 논다. 이쯤 되면 미라가 너무 걱정된다. 풀숲에 숨어있는 게 차라리 안전하겠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미라와 같은 아이가 또 있다. 어디선가 달려온 베티는 미라처럼 작다. 하지만 둘이 손을 맞잡은 순간 거짓말처럼 원래 크기로 돌아온다. 둘은 신나게 줄넘기 놀이를 한다. 두 번째 날 교문 앞에서 아직 엄마 손을 놓지 못하는 미라를 저 멀리서 부르는 아이가 있다. 베티였다. “이따 같이 놀자!” 미라가 순식간에 제 모습을 찾은 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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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연구에 따르면 새 학기나 월요일에 겪는 스트레스는 대체로 부담감에서 온다고 한다. 주말의 느긋함을 중단하고 회사로 나가 무언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부담감, 놀이는 중단하고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중압감 등에서 오는 증세다. 다행히 주변에서 해줄 수 있는 말이 있다. 더 잘해라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보다 잘할 수 있다, 잘해왔지 않은가 등 힘과 자신감을 주는 말이 좋을 것이다. 전문인의 연구 결과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처음인 일에는 두려움을 갖기 마련이다. 그걸 극복하는 데 필요한 몇 가지 중 하나는 나와 비슷한 내 편을 만나는 일이다. 마음 잘 맞는 짝은 처지가 비슷할 때 더 애틋하다.


글을 쓴 스티나 클린트베리는 딸아이 입학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딱 알맞은 32쪽 안에 충분히 설득력 있는 글로 완성했다. 그 마음을 다비드 헨손이 시각적으로도 뚜렷이 불안과 두려움이 읽히도록 만들었다. 점점 커졌다가 작아지고 제 짝을 만났을 땐 본모습을 되찾는 과정을 보며 나이에 상관없이 독자들은 응원하게 될 것이다.


새 학기가 시작한 지도 한 달여, 각기 제 흥에 맞는 친구를 얻었겠으나 알 수 없다. 지금도 둘러보면 미라와 베티가 더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에겐 둘러보자고 말하지 않는 게 좋다. 이런 경험이 있느냐고 묻지도 말아야 한다. 마지막 쪽 홀로 가는 작은 아이를 발견한 미라와 베티를 보며 이미 마음에 힘이 생긴 친구들이 꽤 있을 것이다.


김혜진_그림책보다연구소 대표, 『야금야금 그림책 잘 읽는 법』 저자


-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4년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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