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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Jun 14. 2024

타로 카드처럼 읽는 내면의 문장들

어쩌다 보니 가구를 팝니다

이수연 글•그림 / 220쪽 / 25,000원 / 길벗어린이



“당장 코앞의 문제만을 생각하기로 했다.” 

이수연 작가의 『어쩌다 보니 가구를 팝니다』를 펼쳤더니 눈에 띈 문장이다. 해야 할 일들이 쌓여있고 하나씩 꾸역꾸역 해치워야 하는 상황에 놓여서일까?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땐 다음 문장들이 마음에 들어왔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사실, 정상이 아닐지도 몰라요. 혼란스러운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것 같아요. 삶은 모두에게 처음이니까요. 저는 이 나이가 되도록 아직도 잘 모르겠는걸요.”


다른 날, 다른 시간에, 이 책을 펼치면 이런 문장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저는 무언가 안심이 되는 삶을 살고 싶은 것 같아요.” “지금 이대로의 나는 괜찮지 않아.” “‘나’라는 사람 속에 있는 많은 가능성이 여러 개의 다양한 방으로 나타난 거예요.” “내가 꿈꾸던 삶은 이게 아니었다고.” “모두가 다 꿈을 가지고 그 꿈대로 사는 건 아니야.” 


『어쩌다 보니 가구를 팝니다』는 가구 회사 영업사원인 곰 사원이 실적이 없어 퇴사의 압박을 받다가 수완이 늘어 최우수 사원으로 상까지 받게 되지만 작가의 꿈을 위해 퇴사를 하는 이야기다. 이렇게 단 한 문장으로 요약하기에는 부족한, 200여 페이지에 걸쳐 수많은 군상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그래픽노블이다. 작가에 따르면 단 한 장면도 허구가 없고 실제에 기반했다고 하니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가 싶다.

곰 사원의 다양한 고객들의 사연(육아에 지쳐서 불면증에 시달리는 쥐 고객, 남편과 사별하고 찻잔을 사 모으며 살아가는 외로운 멧돼지 고객, 남편의 반대로 사고 싶은 가구를 사지 못하지만 곰 사원을 찾아와서 이런저런 마음을 털어놓는 새 고객)을 통해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떠올리게 된다. 얄미운 인물들도 여럿 등장하는데 알고 보면 모두 미워할 수 없고 연민을 느끼게 된다는 것도 이 작품의 매력이다. 실적 없는 곰 사원에게 소리 지르는 국장 역시 실적의 압박을 받고 힘들어하는 한 개인이라는 점에서 안타깝고, 실적과 승진에 집착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오렌지 여우가 스트레스성 위염에 시달리는 모습도 안쓰럽다. 잘 들여다보면 누구나 가진 모습들이다. 그래서 이 책을 펼칠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문장들이 다른 것일까. 인간 내면의 수많은 감정들이 세밀하면서도 짤막한 문장들로 담담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찌르듯 다가오고 마는 것일까.


또 책 점을 보듯 이 책을 펼쳐본다. “나는 심장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놓아야 했다.” 또 다른 페이지를 펼친다. “간절히 원하고 계속 붙잡아두지 않으면 사라져 버리는 것들이 있어요.”

‘꿈’에 대한 이야기는 무수히 많다. 그만큼 꿈이라는 것이 이루기 어렵기 때문일 거다. 최우수 사원의 실적을 이룰 만큼 현실에 안착했으면서도 머리를 천장에 콕 박으며 뚫고 나간 곰 사원처럼, 꿈을 이루려면 아무래도 간절하게 계속 붙잡아두고 있어야 하고, 그것을 심장 속에서 꺼낼 용기가 있어야 하나 보다. 아직 자기 안의 굳게 잠긴 문을 열지 못한 이들에게 타로 카드 같은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펼칠 때마다 내 마음 같은 문장들을 발견하며 용기를 얻을 수 있기를. 그리하여 간절하게 심장의 문고리를 돌릴 수 있기를.


최수이_책방 짙은 대표


-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4년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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