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신조어들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집을 휴식과 안정을 누리는 삶의 공간으로서가 아닌 자산가치로 생각하는 단면을 엿볼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집은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생활공간이며 동시에 부동산이라는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공간이기도 하다. 2008년 세계 경제위기를 불러온 중심에도 주택 문제가 있었으며, 현 정부가 몇 차례에 걸쳐 수정안을 내놓으며 중점적으로 추진한 정책 가운데 하나인 부동산 정책도 안정적인 주거 공간 확보라는 집에 관한 문제와 연결된다. 그런데도 여전히 집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지속되고 치솟는 집값 때문에 불안한 상황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걸 보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 중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집’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방송에서도 「구해줘 홈즈」 「서울엔 우리집이 없다」 「나의 판타집」 「건축탐구 집」과 같은 다양한 집 관련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추세다. 코로나의 장기화로 ‘집’의 의미도 변하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1』에서는 올해 트렌드 중 하나로 ‘레이어드 홈’을 언급했다. 집은 “단순 주거라는 집의 기본 역할에 일과 여가 등 새로운 기능들이 더한 공간으로 진화”할 거라고 내다봤다. 이즈음에서 우리는 우리에게 집은 무엇인가 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통해 집의 본질적인 의미와 집의 미래에 대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번 달 ‘책의 시선들’에서는 집을 주제로 한 책들을 통해 ‘집의 의미’를 생각해보고 집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에 대한 대안을 함께 살펴보려 한다.
역세권, 학군, 조망권, 브랜드…. 일반적으로 우리가 집을 고르고 선택하는 기준들이다. 이런 기준들이 충족되면 집을 팔 때도 좋은 조건에 팔 수 있어 자산가치로서의 기준도 만족시킨다. 그런데 정작 이런 기준은 집을 둘러싼 외부적인 조건과 효용, 경제가치만을 강조할 뿐, 가족과 함께 안정적으로 휴식을 취하고 삶을 재충전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집의 본질적인 의미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면 현대사회에서 집의 본질적 의미를 생각해보게 하는 두 권의 책을 통해 ‘우리 삶에서 집이란 어떤 의미일까?’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이며 에세이스트로 활동하는 프랑스 작가 모나 숄레는 오늘날 집이 ‘사는(居) 곳’이 아니라 ‘파는(賣) 곳’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지금 살고 싶은 집에서 살고 있나요?』를 통해 우리 삶에서 ‘집의 의미’를 되짚어본다. 저자는 『오디세이아』 『어려운 시절』과 같은 고전문학과 『자기만의 방』 『해리 포터』의 현대문학은 물론 「아멜리에」 「스타워즈 4」 등의 영화를 넘나들며 “집은 ‘누구’와 사는 곳인가?”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오늘날 우리에게 ‘이상적인 집’이란 어떤 곳인가?”와 같이 인생을 살면서 한 번은 생각해봐야 할 집에 관한 일곱 가지 질문을 던진다. 이런 질문에 답을 찾는 과정을 통해 독자는 우리가 ‘지금 살고 싶은 집’에서 살고 있는지, ‘우리 삶에서 집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되며, 자신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실마리를 얻게 될 것이다.
안전, 편안함, 사랑 등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집에 관해 생각할 때 떠올리게 되는 감정이다. 신경인류학자인 존 S. 앨런은 “집은 세상일에 지친 우리를 다시 회복시키는 데 아주 탁월한 공간이며 집에 대한 감정은 우리가 (사람 및 공간과) 관계를 맺고 휴식하고 회복하면서 경험하는 느낌들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그는 『집은 어떻게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었나』를 통해 우리가 지금의 인간이 되기까지 중요한 역할을 한 집의 의미를,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자연과학과 인문학, 뇌과학의 연구 성과를 넘나들며 폭넓게 다룬다. 지금까지 집에 관한 문제는, 대부분 건축가나 사회학자의 시선에서 바라봤다면 이 책에서는 이런 관점들에 더해, 뇌 신경과학의 눈으로 집의 본질을 들여다본다. 존 S. 앨런은 인간이 어떻게 집에서 살도록 진화했고, 우리가 집에서 느끼는 편안함의 정체가 무엇인지 밝혀냄으로써 진화적이고 인지적인 차원에서 집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준다. 저자는 “집은 그저 인간의 손과 도구로 지어졌을 뿐 아니라 우리의 뇌를 통해 지어졌다”고 말한다. 결국 인류의 진화에서 중요하게 작용한 것은 집의 물리적 요소가 아니라, 집을 정의하고 집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내고 무엇보다도 집에 머문다고 느끼는 ‘감정’이라는 점이다.
집의 본질적인 의미는 학문적 이론적 접근도 가능하겠지만 실제로 살고 있거나 살아왔던 집에 대한 경험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다. 젊은 건축가, 식당을 운영하는 주인장, 인테리어 앱을 운영하는 회사의 직원, 작은 영화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영화인. 언뜻 보아도 공통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이들이 『집다운 집』이라는 한 권의 책을 통해 각자가 경험한 집과 집에 대한 생각을 풀어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시대, 저자들은 함께 사는 공동 주거의 형태로 집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기도 하고, 자신이 소유한 집은 아니지만 머무는 동안 자신의 취향으로 집을 채워가며 행복했던 경험을 나누기도 한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사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반려동물과 식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며 공간에 온기를 채워가는 삶을 담담하게 그려내기도 한다. 이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집에 대한 생각을 채우며 살아가는 삶의 기록을 통해 ‘집이 집다워지는 순간’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이들에게 집다운 집이란 곧 나다운 집이며,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인 셈이다.
유년기에 살던 대구 북성로의 집을 시작으로 서울의 신림동, 금호동의 집을 거쳐 결혼 후 새로운 터를 잡은 서울시 종로구 구기동 집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일생을 통해 살았던 집과 방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하재영 작가의 에세이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책을 통해 작가는 가족으로서의 집, 부동산으로서의 집, 한 사람의 내면세계로서의 집을 보여준다. 유년 시절에서 어른이 되기까지 삶의 터전을 옮기고 자리를 잡는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주며 저자는 장소와 공간으로서의 집이 한 사람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깨닫게 한다. 책을 통해 누군가는 같은 시대를 살아온 사람으로서 집에 대한 향수를 느끼기도 했을 테고 다른 누군가는 지금 자신 앞에 놓인 현실과 마주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책을 덮을 즈음 우리는 ‘집은 나에게 무엇인가?’라는, 오래도록 잊고 지냈던 삶의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캐나다 출신 일러스트레이터 카슨 엘리스의 첫 번째 창작 그림책 『우리집』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집을 40쪽의 그림책에 간결하게 담았다. 책을 통해 작가는 사람들은 모두 집에 살며 각양각색의 사람처럼 집도 다양하고 저마다의 개성이 담겨있음을 보여준다. 배에서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땅속에서 사는 사람도 있지만 ‘사람이 편안히 머무는 곳은 모두 집’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역설적으로 “당신은 어떤 집에 살고 있나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집을 주제로 한 다른 그림책, 다비드 칼리의 『나의 집』은 평생 자신에게 맞는 집을 찾아다니는 한 사람의 인생 여정을 통해 우리에게 ‘집의 의미’를 묻는다. 청년기에는 좀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 경험을 쌓고 싶어 도시로 삶의 공간을 옮기고, 장년기에는 성공을 추구하며 바쁜 나날을 보낼 만한 곳으로 옮기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노년으로 접어들자 안정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다. 평생 집을 옮겨 다니며 ‘진짜 나의 집’ 찾기에 매달려온 주인공은 노년이 되어 어떤 집에 정착하지만 진짜 집을 찾았냐는 질문에는 “글쎄”라는 답을 남긴다. 작가는 집을 주제로 한 그림책을 통해 집이란 단순히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처럼 보이지만 우리 인생의 중요한 가치가 압축되어 있는 곳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일본의 건축가 구마 겐고는 『작은 건축』이라는 책을 통해 동일본 대지진을 겪고 건축을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다며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새삼 역사를 돌이켜보면서 지금까지 지나친 중요한 부분을 깨달았다. 거대한 재해가 건축계를 전환시켰다는 사실이다. 인간은, 행복할 때에는 과거의 행동을 되풀이할 뿐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지만, 재해를 만나거나 비극을 당하면 과거의 자신을 버리고 앞으로 나간다. 비극을 계기로 발명이나 진보의 톱니바퀴가 회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집을 둘러싼 양극화로 사회적인 비극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집은 다양한 역할과 활동을 하는 공간으로서 기능을 요구받고 있다. 집에 대한 생각의 변화가 필요해진 시점이다. 물론 단기간에 주거 문제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더 늦기 전에 자산가치로의 환금성을 생각한 집에서 삶을 윤택하게 하는 공간으로 집에 대한 관점을 전환하고, 집의 본질적 의미에 접근하려는 진보의 톱니바퀴를 돌려야 할 때이다.
이용주_우분투북스 대표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1년 5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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