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함께 살 수 있을까?
언제부터였을까?
사람들은 슬슬 사소한 것들로
곰들에게 짜증이 나기 시작했대.
왠지 뭔가를 빼앗긴 기분이 들었거든.
곰이 왔어!
조수경 글·그림 / 50쪽 / 13,000원 / 올리
2020년은 코로나19로 모두가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냈던 해였습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Balck Lives Matter)’ 운동이 있었죠. 이 어려운 시기를 서로 도우며 이겨내면 좋을 텐데, 어째서 이럴 때 차별과 혐오가 더욱더 많아지는 걸까요? 쏟아지는 뉴스를 보며 안타까운 감정이 들었습니다.
여러 뉴스 속에서 동양인에 대한 혐오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도 접할 수 있었습니다. 흑인 차별과 동양인 차별, 그 외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차별이 세상에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해외에서 문화가 달라서, 언어가 달라서, 생김새가 달라서 차별을 경험합니다.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채 당한 차별도 있을 것이고, 어떤 차별은 사실 차별이 아니라 단순한 오해인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도 인종차별을 경험했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 또한 차별의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가 되는 상황입니다.
곰이 마을에 내려옵니다. 마을 사람들은 곰을 신기해하기도 하고 두려워하기도 하죠. 상대방을 잘 모르는 데서 오는 자연스러운 감정이기도 합니다. 곰들은 마을에 차차 적응해 나가지만 마을 사람들의 마음속엔 곰들에 대한 불만이 쌓여갑니다. 내 것을 나누고 싶지 않은 이기심, 비난의 대상을 찾고 싶은 마음, 곰의 습성에 대한 무지로 생긴 오해와 사람이 곰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이 합쳐져 곰들을 마을에서 몰아낸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내쫓긴 곰들도 그들의 방식으로 반격하게 됩니다. 폭력이 폭력을 낳는 순간입니다. 곰들의 반격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피해자가 동시에 가해자가 되는 상황은 현실에서도 자주 발생합니다. 그렇지만 폭력은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을 잃고 잿더미 위에 앉아서도 사람과 곰은 서로가 이겼다고 우겨댑니다. 더 이상 승리가 아무 의미도 없을 텐데 말이에요. 그들 앞에는 생각지 못한 고난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함께 겪는 고난과 서로 도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제 선택은 그들의 몫이 되었습니다. 과연 그들은 함께 살기 위해 손을 맞잡을까요?
『곰이 왔어!』의 그림은 이야기보다는 덜 무거운 톤으로 그렸지만 색을 선택하는 데는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을 인간이라는 하나의 종으로 표현해야 하므로 특정 인종에 대한 느낌을 없애고 초록 피부, 파란 머리 등 일반적이지 않은 색을 사용했습니다. 처음 곰이 마을에 왔을 때, 곰은 원래 색깔 그대로지만 마을에 적응하면서는 옷도 입고 사람들과 비슷한 색깔로 변모하여 파란 곰, 핑크 곰 등이 등장하게 되지요. 이후 곰들이 사람과 대립할 때에는 다시 곰들의 색깔을 찾게 됩니다. 이러한 색의 변화로 곰들이 어떤 상태에 놓여있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책에는 역사에 있었던 일들을 자료로 활용한 장면들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높은 장벽을 세우고 곰들을 몰아내는 장면에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와 트럼프 장벽을 그려 과거부터 현재까지 행해지고 있는 차별의 역사와 단면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 분리 정책(아파르트헤이트)과 미국의 흑인(유색인종) 차별 표지판들을 참고해 그다음 장면을 구성했습니다.
이 책의 끝부분에서 고개를 갸우뚱하는 독자들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결말이 어떻게 된 거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폐허가 된 마을, 차가운 바닥 위에 성냥을 가진 소녀와 나뭇가지를 줍는 어린 곰이 있습니다. 그들의 선택에 따라 그들의 미래는 바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모습이 우리의 현재와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우리의 선택이 미래를 바꿀 테니까요. 『곰이 왔어!』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차별과 혐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서로 다름이 빚어낸 불협화음을 과연 우리는 하모니로 바꿀 수 있을까요?
조수경 작가는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습니다. 쓰고 그린 책에는 『내 꼬리』 『마음샘』 『나』가 있고 『곰이 왔어!』는 네 번째 책입니다. 『나』로 국제 일러스트레이션 어워즈에서 어린이책 프로페셔널 부문 위너로 선정되었고, 『나』를 기반으로 만든 앱으로 ‘대한민국 전자출판대상’의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1년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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