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겨울은
김선남 글·그림 / 52쪽 / 15,800원 / 창비
겨울은 어떤 색일까? 온통 새하얀 색의 표지를 펼치면 여름의 끝자락, 초록 잎 사이사이 겨울눈을 내밀며 나의 겨울이 시작된다. 그곳에 알을 낳는 주황색 나비, 꿀을 모으는 꿀벌들, 먹이를 숨겨두는 여치, 털옷으로 갈아입는 고라니와 회색의 청설모도 보인다. 엄마 제비는 떠날 채비를 하고, 기러기 가족은 먼 곳에서 날아온다.
그렇게 겨울은 우리를 준비하게 하고 잠시 이대로 머무르게 한다. 어떤 곤충은 알로, 애벌레로, 성충으로, 작은 동물들이 나뭇가지와 낙엽 아래, 땅속 등 각기 다른 곳에서 자신만의 방식과 속도로 머문다. 이 순간은 점과 점 사이에 드러나는 흰색의 표면이 드러나면서 함께 혼합되는 점묘법으로 표현되며 글도 멈추고, 우리도 잠시 쉬게 된다. 고요함 속에서도 시간은 끊임없이 흐르고 삶은 계속됨을 일깨워준다.
때로는 휘청이게 하고 지난날을 그리워하게 하지만 그런 시간을 견뎌낸 만큼 더 깊이 뿌리를 내리게 한다. 그리하여 겨울눈은 새싹을 틔우고 알에서 태어나게 하고 모두 깨어나 다시 만나게 한다. 준비하고 역경을 이겨낸 후 함께하는 겨울은 다양한 톤의 파란색으로 표현되어 우리를 집중하게 한다.
『나무 하나에』 『다 같은 나무인 줄 알았어』의 김선남 작가는 이 책에서 나무 한 그루와 거기에 깃들어 사는 동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겨울을 맞이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자연에서 시선을 옮겨 ‘겨울’ 자체를 온전히 담고 싶었던 작가는 판에 그림을 그린 뒤 구멍을 뚫는 공판화 기법을 사용하여 여러 겹의 판을 겹쳐가며 물감을 뿌리고 찍어 우연의 효과를 기대했다고 한다. 그래선지 홀로그램을 닮은 입체적 그림은 악기를 연주하듯 리드미컬하게 다가온다.
오래된 아파트 단지에 자목련을 볼 때면, 꽃이 지자마자 그 자리에 꽃눈이 생기고 날씨에 따라 커지고 겉껍질이 계속 달라지면서 벗었다 입었다 분주하다. 사람이 관념적으로 죽어있다, 정지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뿐 실제의 목련이 얼마나 치밀하게 대응하며 무척 바쁜지 깨닫는다. 겨울은 춥고 외로운 시간이 아니라 힘을 모아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는 성장의 공간임을 알게 되는 것이다. 『나의 겨울은』은 고요한 겨울의 품에서 생명을 속삭이는 시간으로 그 속에서 우리를 함께 있게 한다. 소박하지만 절제된 글과 다양한 기법으로 표현된 그림은 빛나는 생명력을 담아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따뜻한 겨울을 선물한다. 나의 겨울이 단단한 우리를 만들고 기다려주고 품어주는 까닭이다.
배수경_서울시교육청 독서길잡이네트워크 대표, 『그림책, 삶의 순간을 담다』 공저자
-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5년 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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