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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가치 있는 싸움

by 행복한독서

최후의 바키타

위고 클레망 지음 / 도미니크 메르무, 뱅상 라발레크 그림 / 이세진 옮김 / 168쪽 / 19,800원 / 메멘토



이 책의 원제는 『Le theoreme du Vaquita』로 ‘바키타 정리’라는 의미다. 왜 피타고라스의 정리처럼 ‘증명이 완료되고, 정립된’ 원리를 뜻하는 정리를 사용했을까? 책의 제목에서 떠오른 궁금증은 책을 한 쪽씩 넘기면서 어렴풋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20년 전만 해도 500마리가 살았던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돌고래, 바키타는 이제 기껏해야 13마리밖에 안 남았다. 앞으로 몇 달 후에 멸종할지도 모르는 바키타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생각한다. “범죄 집단이 한 종을 절멸시킨 최초의 사례가 되겠지요.”


왜 바키타는 그러면 멸종위기에 직면한 ‘위급 종’이 되었을까? 이 비극은 바키타의 지구상 유일한 서식지 멕시코 바다에서 일어난다. 바키타는 최대 1.5미터의 작은 몸집의 돌고래인데, 마침 그 바다에 비슷한 몸 크기의 ‘토토아바’를 잡는 어망에 바키타도 걸려들고 만 것이다. 토토아바의 부레는 멕시코에서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지고 황금보다, 마약보다 값이 나가 ‘바다의 코카인’이라고 불릴 정도다. 물론 토토아바도 어획이 금지된 멸종위기종이지만, 돈벌이에 바다 동물의 생명은 아주 쉽게 끊어져 버리고 만다.


새우잡이 트롤선의 경우 100킬로그램 그물에 고작 5킬로그램만이 새우고, 나머지는 어망에 잘못 걸린 다른 종들이 혼획된다. 그 다른 종들은 바키타처럼 판매가 금지되었거나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바다에 버려진다. 이런 현실에 작가는 “우리가 육지에서 멧돼지 몇 마리 잡겠다고 숲의 모든 동물을 죽이는 것과 다르지 않다”라며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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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탐사 저널리즘과 만화가의 섬세한 그림이 더해져, 바키타의 생존 위기를 생생하게 그린다. 그림으로 담담하게 그렸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전혀 가볍지 않다. 밀집 사육, 산업적 어획, 지구온난화 등의 위협을 다루고, 그 배경에 깔린 역사적·철학적·윤리적 성찰도 담았다. 슬프게도 이 지구에서 절박한 멸종위기, 생태계와의 연결고리가 끊어져 버린 것은 바키타만이 아니다.


바키타의 멸종이 ‘이미 증명이 완료되고, 정립된 원리’로 굳어져, 점차 더 많은 생물종의 위기로, 생태계 균형의 붕괴로 이어지는 걸 작가는 경고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면서 너무나 당연해서 어느새 무감해진 ‘자연의 파괴’가 얼마나 무서운 일일 수 있을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 건강한 생태계가 있어야만 살 수 있는 우리 인간 동물의 운명은 지구 반대편에서 멸종되어 가는 작은 고래와 단단히 연결되어 있다. 즉 모든 생명체는 연결되어 있다. 이 이론을 작가는 ‘바키타의 정리’라고 부른다. 2022년부터 구성되었다는 환경과 사회문제를 다루는 온라인 탐사 매체 ‘바키타’. 이 책과 바키타 팀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한 자연 보전의 이야기 그 이상이다. 우리의 유일한 집이 무너지지 않게 보강할 수 있는 시간이 아직은 있다고, 미래세대도 이 집을 보수하고 재건할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가치 있는 싸움을 지금 해야 한다고. 이 책을 덮으니, 나의 책 제목이 다시금 떠오른다. “액트 나우(Act Now)”


소일_작가, 『나는 윤리적 최소주의자, 지구에 삽니다』 저자


-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5년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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