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떠난 3년 이하 이주민의 가게들 : 살고 싶은 곳에서 살고 있냐 묻는다면?
브로드컬리 편집부 지음 / 524쪽 / 19,800원 / 브로드컬리
2016년부터 잡지 발행을 시작했다. 출판업에 종사하기 전엔 금융회사에서 기업 분석 업무를 배웠다. 학생 때부터 취미로 서점이나 카페 같은 가게에 가는 걸 좋아했는데, 좋아하는 일과 취미를 합쳐보잔 생각에 증권사에서 퇴사했고, 자영업 공간을 연구하는 지금의 잡지를 창간했다. 그 와중에 대학 졸업 직후부터 서울로 와 10년 넘게 이 도시에 어떻게든 자리 잡기 위해 노력 중인 형편이기도 한데, 쉬울 거라 생각해 본 적 없지만 이렇게 어려울 거란 예상도 못 했다. 평범하게 그럭저럭 지낸다는 게 얼마나 큰 성취의 영역이었는지 미리 알질 못했던 것 같다. 물정에 어두웠던 잘못이다.
그렇다고 서울에 사는 게 괴롭냐고 묻는다면, 그게 그렇지도 않다. 좋으니까 살고 있다. 상상할 수 있는 삶에 필요한 대부분이 30분 거리에 있다. 값을 지불할 수 있느냐와 별개로 어쨌거나 다 가까이 두고 살 수 있다. 편리하다. 나름 감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고 있다.
서울에 자리를 잡고 싶은 입장에서 가장 큰 숙제는 돈이 아닐까 싶다. 집값도 비싸고 밥값도 비싸고, 서울에서 살아야만 하겠느냐 돌아보면 또 그건 아닌 거 같지만, 그렇다고 다른 데로 이주를 상상하면 기대되는 것도 많지만 걱정도 많아진다. 어디서부터 무엇을 고민해야 할지 막연함이 가장 크게 다가온다.
잡지 이번 호의 시작이 그랬다.
먼저 고민하고 실행하고 한 걸음 앞서 걸어본 이들에게 묻는 게 가장 속 시원할 거 같았다. 서울에서 경제활동을 하다가 서울 밖으로 이주해 일하기로 선택한 사람들을 찾았고, 만나 인터뷰했다. 서울을 떠난다는 결심의 과정, 이유와 만족과 후회, 어려움과 그에 따른 노력들이 궁금했다. 책으로 잘 정리해 내면 나와 비슷한 형편의 누군가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참고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취재엔 계획보다 훨씬 긴 시간과 큰 비용이 필요했고, 책 한 권 쓰는 사이 순식간에 6년이 가버렸다. 편집부의 직전 취재인 『서울의 3년 이하 퇴사자의 가게들 : 하고 싶은 일 해서 행복하냐 묻는다면?』 이후 6년 만의 책이 됐다. 6년 동안 신간이 없는 출판사로서 당연히 어려움이 많았다. 다만 덕분에 전국 약 2,000곳 가게들을 방문하고 공부할 수 있었고, 갖고 있던 질문들에 대해 아쉬움 없이 대화를 나눠볼 수 있었다.
취재에 응해준 공간 운영자분들이 살아온 삶의 맥락을 간단히 살펴보면 서울에서 경제활동 평균 5년, 서울을 떠난 지 약 4년 내외, 이주한 도시에 공간을 오픈한 지 짧게는 5개월에서 길게는 만 3년 차에 있는 분들이었다. 서울에서부터 자영업을 해 오다 이주한 경우도 있었고,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을 하다가 카페를 시작한 분도 있었다.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퇴사를 결정하고 민박을 시작한 분도 있다. 결혼한 경우, 결혼을 안 한 경우, 자녀가 있는 분, 자녀가 없는 분, 집을 장만해 이주한 경우와 임차한 집에서 거주하는 분, 다양한 삶의 경로 위에서 이주라는 결정의 장단을 함께 살필 수 있었다.
서울을 떠나는 결정이 자발적인 선택이었는지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따른 것이었는지 살펴보고자 했다. 자발적이었다면 이유는 뭐였는지, 어쩔 수 없는 길이었다면 무엇이 왜 어쩔 수 없었는지, 이주가 아닌 다른 대안은 없었을지 이어서 묻고 싶었다.
인터뷰의 중심이 되었던 질문을 몇 개 더 소개해 보면 “돈은 얼마나 모아 놓고 떠났는지?”도 자세히 물으려고 노력했다. 얼마면 충분하겠냐의 문제라기보다, 독자 입장에서 본인 삶에 인터뷰의 내용을 대입해 보려고 할 때 가장 중요한 기초가 되어줄 맥락이리라 판단했다.
서울의 삶이 때로 고단하게 느껴지는 큰 이유 중 하나가 경제적인 부담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을 떠났을 때 실제 살림살이엔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체감하는 만족과 아쉬움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이야기 나눴다.
그리고 “이주할 지역은 어떤 기준으로 선택했나?” 물었다. 서울을 떠나자는 상상을 펼칠 때 가장 먼저 막히게 되는 지점이 그럼 어디로 갈 거냐의 문제라고 느껴졌다. 어디로든 갈 수 있게 되었을 때 어떤 기준으로 갈 곳을 선택해야 할지, 하나의 답을 모으기는 어렵겠으나 각자 어떤 기준을 세우고 고민했고 그간 시행착오에 대한 소회는 어떤지 묻고 정리했다.
얄궂은 질문일 수 있겠는데
에 대해서도 생각을 나눴다. 서울에서도 살아보고, 서울을 떠나서도 살아본 경험자 입장에서 어떤 도시가 살기 좋은 도시로 여겨지는지 의견을 묻고 싶었다. 그 외에도 질문이 많았다. 미리 적어 간 질문이 160개 정도 됐는데, 꼬리에 꼬리를 또 물다 보니 두 배 정도 더 물었던 것 같다.
서울을 떠날까, 고민하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마무리로 물었는데, 저마다 답이 조금씩 달랐던 게 새삼 감사하게 느껴졌다. 결론이 하나로 모이지 않는 게 혼란스러웠다기보다 진실되게 다가왔다. 각자 걸어온 길이 다르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다를 테니, 삶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평가도 자연히 달랐으리라 생각한다.
어디서 어떻게 살면 좋을까 고민을 가지고 있다면, 이들의 이야기를 한 번쯤 꼭 살펴보길 바란다. 스스로 궁금하기도 하다. 나라면 어떤 답을 할 수 있을까? 살고 싶은 곳에서 살고 있냐 묻는다면?
조퇴계_브로드컬리 대표
-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5년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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