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와 소통하는 나의 아지트

그림책작가의 아지트, 그림책방 - ‘시옷살롱책방’

by 행복한독서

책방이란 단어를 들으면 우리는 보통 책장 가득 진열된 책들과 그 사이를 조용히 걷는 사람들을 떠올린다. 하지만 어떤 책방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로 지역사회와 깊게 소통하는 하나의 공동체가 되기도 한다.

그림7-시옷살롱책방_내부.png ⓒ시옷살롱책방

내가 사는 동네에도 그런 책방이 있다. 파주출판단지에서 돌곶이꽃마을로 들어가는 입구, 유명 맛집과 대형 카페들이 모여있는 그곳에 예쁘게 자리 잡은 지역 책방 ‘시옷살롱책방’이 있다. 조용히 책방 문을 열면 책장을 가득 채운 책들, 벽면에는 때마다 달라지는 그림책 원화전, 작년 지역 주민들이 만든 창작 그림책 더미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중문 유리 너머로 노란 리트리버 ‘봄’이가 조용히 사람들을 바라본다. 꼬리를 살짝 흔드는 그 모습은 마치 ‘어서 와요’라고 인사하는 것 같다. 시옷살롱책방은 그렇게 사람과 공간, 책과 동물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하나의 이야기 같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매력적인 프로그램들

시옷살롱책방과의 인연은 나의 첫 그림책 출판 계약으로 시작되었다. 당시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출판사 사무실을 찾았고 그곳이 바로 시옷살롱이었다. 출판사 대표님이 시옷살롱의 책방지기를 겸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그때였다. 계약 이후 몇 차례 원고를 들고 찾아가며 나는 그곳을 그냥 출판사의 확장 공간쯤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책을 한 권 사고 시옷살롱책방의 회원으로 가입하게 되면서 책방은 완전히 다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시작은 다달이 날아오는 정말 다양하고 알차고 재미있어 보이는 프로그램 목록 문자였다. 매력적인 프로그램들이 너무 많아서 도무지 신청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래, 일 때문에 바빠도 집이랑 너무 가까운 곳이야. 여기도 안 가면 난 아무 데도 못 간다.’ 물리적 거리가 가까우니 심리적인 거리는 더 가까워졌다.

그림7-시옷살롱책방_요안나콘세이요.png

내가 처음 신청한 프로그램은 이지원 작가의 ‘요안나 콘세이요의 작업과 삶’ 강연이었다. 작은 강연장이 가득 찰 만큼 많은 이들이 모였고, 작가님의 열정은 청중들의 집중을 이끌어냈다. 직접 콘세이요 작가의 집을 방문했던 경험담부터 그림책을 해석하는 섬세한 시선까지, 읽었던 그림책들이었지만 새롭게 느껴졌다. 그날의 강연은 내게 깊은 영감을 주었다. 난 점점 더 시옷살롱책방이 궁금해졌다. 도대체 이곳은 어떤 곳인가?


하나의 쉼표 같은 곳

시옷살롱의 책방지기는 책방을 하나의 ‘공간’이 아닌 ‘사람들 사이의 장’이라고 보고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지역사회와 책방이 소통한다는 것은 단순한 말이 아니다. 그것은 곧 ‘책이 사람의 삶 속으로 들어간다’는 뜻이며, 책방이 사람들 사이를 연결하는 적극적인 장소가 되는 것이다. 책방지기는 호모 사피엔스가 뇌의 크기가 더 컸던 네안데르탈인보다 진화하여 살아남은 이유를 네트워킹의 힘이라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시옷살롱책방은 도시의 거대한 서점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여유롭고 섬세한 대화와 잔잔한 배려가 작은 공간에 흐르고 있다. 여기에 한 번이라도 머물었던 사람들은 그 관계를 계속 이어 나가게 된다. 그리고 그 관계 유지의 원천은 책과 사람을 사랑하는 책방지기의 끊임없는 프로그램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그림7-시옷살롱책방_매일드로잉.png

시옷살롱책방은 2024년 지역 상주작가 거점 서점으로 선정되어 조숙경 동화작가와 창작 그림책 만들기 수업을 시작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일 년 동안 진행했다. 2025년 올해도 지역 상주작가 거점 서점으로 선정되어 김중석 그림책작가와 ‘그쪽이 상담소’ ‘시시옷옷 매일 드로잉’ ‘시옷 그림책 워크숍’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도 너무나 좋은 프로그램이 많아 나도 일일 드로잉 프로그램인 시시옷옷 매일 드로잉을 신청해서 참여했다. 사람들과 같이 드로잉을 하니 배울 것도 많고 재미있어서 신나게 수업을 듣고 있는 중이다.


시옷살롱 같은 책방은 단순한 상업 공간이 아니라, 도시와 삶 사이에 놓인 하나의 쉼표 같은 곳이다.

이 쉼표 덕분에 우리는 숨을 고르고, 자신을 되돌아보며, 또 누군가와 나란히 걷는 감각을 회복할 수 있다. 그리고 책방이 지역과 소통한다는 것은 우리가 서로를 더 잘 이해하려는 마음을 품을 수 있다고 본다.

처음엔 출판 계약을 위해 방문했던 공간이 이제는 나의 삶과 작업에 영감이 되어주고 있다. 시옷살롱책방에서 흘러나오는 대화, 사람, 이야기 속에서 책방이 단지 책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서 삶을 나누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매번 다시 깨닫는다.

책과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책방이 많아질수록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해질 수 있으며 그 온기는 생각보다 멀리 퍼져서 아주 많은 이들의 삶에 작고 깊은 울림을 남긴다고 믿는다.


시옷살롱책방 : 경기 파주시 돌곶이길 178-23@siotsalon_bookshop


홍당무_그림책작가, 『회전목마』 저자


-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5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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