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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력 높이는 나다운 쉼

by 행복한독서

나는 왜 마음 놓고 쉬지 못할까

김은영 지음 / 356쪽 / 19,800원 / 심심



한국인은 행복지수가 낮고 스트레스 지수는 높다. 극심한 경쟁과 삶의 불안정성 때문이다. 영국 보험사 윌리엄 러셀이 2023년 기준 여러 지표들을 집계하여 공개한 ‘OECD 국가 스트레스 순위’를 보면 한국은 10점 만점 중 8.02점으로 OECD 국가 중 스트레스가 가장 높은 나라로 꼽혔다. 다음 순위인 미국(7.29점), 벨기에(7.12점), 프랑스(6.63점)와의 점수 차이도 상당히 크다. 세계 1등인 자살률 지표야 그렇다 해도, 점수 비중이 큰 성소수자 안전 지표가 매우 낮아 큰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있어서 자료의 신뢰성에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뉴스 또한 한국인의 스트레스가 된다.


우리 삶의 질을 높이거나 낮추는 요인은 대부분 경제 활동(수입과 지출), 교육과 취업, 건강, 인간관계와 연관되어 있다. 특히 먹고살기 위해 하는 ‘일’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그 맞은편에 놓인 ‘쉼’이다. 일과 쉼의 균형을 강조하는 ‘워라밸’이 강조되는 사회 분위기는 그만큼 일의 늪에서 헤어나기 어려운 사람이 많다는 뜻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노동시간이 길뿐 아니라, 쉴 때조차 일을 우선시하거나 머릿속이 일 생각으로 가득한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쉰다는 것은 뭘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실컷 자거나 영화를 보는 것, 여행을 떠나는 것이 진짜 쉬는 것일까? 제대로 쉬어야 그것을 에너지 삼아 일도 더 잘할 수 있을 터인데, 어떻게 쉬어야 제대로 쉬는 것인지 설명하기 어렵다. 정말 쉬어도 될지 모르겠다거나, 쉬는 방법을 모르겠다는 사람도 있다. 쉬어도 피로가 풀리지 않고 활력이 생기지 않는다면 진정한 쉼은 아닐 터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휴식이 아니다.”

이렇게 말하는 저자는 서울대 학생과 교직원들의 정신건강을 담당하는 전문의이다. 10년 넘게 1만 명 이상의 마음 치료를 해왔다니 임상 경험이 풍부하다. 책이 말하는 핵심은 회복력을 키우는 휴식, 자기 주도적인 휴식, 자신이 가진 크고 작은 자원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휴식법이다.


책은 휴식에서 각성 효과를 주목한다.

높은 각성으로 에너지가 충전되고, 낮은 각성으로 지친 몸과 마음이 회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높은 각성과 낮은 각성을 번갈아 유도하는 긍정적인 경험들을 충분히 경험하면 자율신경계가 활성화되어 일상의 자극과 다양한 사건들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힘이 길러진다고 한다. 그런 예시로는 취미 활동이나 놀이, 친구와의 만남, 운동과 샤워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저마다 처한 여건이나 취향, 관심에 따라 얼마든지 방법이 다를 수 있겠다. 자기 돌봄과 쉼을 설계하는 것은 온전히 스스로의 몫이다.


너무 지쳐 번아웃에 빠진 경험이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삶의 활력을 잃고 자존감이 낮아져 무기력하게 일상을 영위하는 사람도 많다. 지친 나를 어떻게 다시 세울까? 나다운 맞춤형 휴식법을 만드는 것이 잘 사는 길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이 책은 어쩌면 새로운 나를 위한 최신형 충전기가 될 수도 있다. 스트레스가 많아서 책이 눈에 안 들어오는 나라의 독자들에게, 역설적으로 이 책이 필요하다.


백원근_책과사회연구소 대표


-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5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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