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서점’은 2014년 5월 18일 종로4가 지하상가에서 첫 문을 연 독립서점입니다. 이후 한남동과 방화동을 거쳐 현재는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서 공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책방 이름 다시서점은 ‘서점이 사라지는 시대에 새롭게 계속해서 서점을 이어가겠다’라는 다짐으로, ‘방법이나 방향을 고쳐 새로이’ 책 문화를 이어가겠다는 철학 아래 운영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공간의 의미를 넘어 지역 공동체와의 연결을 강화하고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문화 거점의 역할을 넓혀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책을 사고파는 일보다 책을 매개로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먼저라는 생각으로 ‘무엇을 팔까?’보다 ‘무엇을 함께 나눌 수 있을까’를 고민해 왔습니다. 그래서 책을 큐레이션할 때도 ‘지금 이런 책이 읽혔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으로 고르고 있습니다. 시집, 독립출판물, 작은 출판사의 실험적인 책들이 서가를 채우고, 그 책들 사이로 스며든 사람의 삶과 마을의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공항동에 위치한 다시서점은 그동안 책방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며 독서·예술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공동체와 문화적으로 소통하는 노력을 이어왔습니다. 지역 청년들의 심리적 회복과 자아 성장을 돕기 위해 기획한 프로그램 ‘마음책, 쓰다듬다 - 이런 말이 얼마나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은 지역 청년들과 책을 매개로 자신과 타인을 돌아보며, 글을 통해 스스로를 위로한 사례입니다. ‘마음책, 쓰다듬다’는 서울청년센터 강서와 다시서점이 협력하여 책과 글쓰기를 통해 마음을 돌보고 다독이는 취지로 기획된 프로그램입니다.
2025년 다시서점이 진행하는 문화예술 교육 ‘영상 에세이 만들기 - 마을과 나의 추억’은 강서구 개화동의 고령층 참여자들이 자신의 기억과 마을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제작하며, 서로의 삶과 지역에 관한 이해를 나누는 과정입니다. 각자의 경험과 기억 속 이야기를 공유하고 이를 영상 에세이로 담아내는 작업으로, 개인의 역사와 마을의 역사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소중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 강좌는 단지 기술을 배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상영회와 전시회를 통해 참여자들이 제작한 작품과 추억의 사진들을 지역 주민들과 나누며 소통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생애주기별 그룹을 나누어 다양한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발굴하고, 이를 통해 세대 간 소통과 공감의 폭을 넓히려 현재 하반기 교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시서점은 지역사회의 미래를 위한 뜻깊은 프로그램, ‘아이들을 위한 책 선결제’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어른들이 책값을 미리 지불하면, 해당 금액으로 지역 아이들에게 책을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기부의 형식보다 ‘서점과 지역이 함께 책을 나누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2025년 5월까지 총 오십 명의 선결제 참여와 한 건의 기증, 그리고 한 건의 지원사업을 통해 모인 440만 원으로 지역 내 학생들과 청소년들에게 총 316권의 책을 전달하였습니다. 방화중, 공항중, 경서중, 강서청소년회관, 서울 YWCA 등 총 일곱 곳에서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책을 선물하여 책 읽을 기회를 만드는 연결의 실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간, 다시서점이 강서구에서 주관한 서울문화재단의 ‘N개의 서울’ 사업은 지역 예술가들이 겪는 현실과 창작 이야기를 기록하고 주민들과 공유하는 실험적인 모임을 이끌었고, 그 결과 지역의 예술가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기록하고 주민들과 함께 나누는 실험적 기획을 지속해 왔습니다. 문화재단이 없는 강서구에서 독립 예술가, 기획자, 청년 활동가, 생활예술인 등 지역 문화 주체들을 찾아내고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했으며 그들의 이야기를 마을 소식지로 엮어 배포했습니다. 독립 예술가, 기획자, 청년 활동가, 생활예술인 등 다양한 창작 주체를 찾아내고 이들이 지역 안에서 자리를 잡도록 도왔습니다.
다시서점은 4년 동안 문화예술을 ‘누군가의 전유물’이 아닌 지역 구성원 모두의 감각과 일상 안에서 실현할 수 있는 것으로 전환하는 기획을 지속했습니다. 프로그램이나 프로젝트가 끝나고 사라지지 않도록 참여자의 이야기와 사진, 낭독문, 대화 등을 수집해 소식지, 아카이빙 북, 웹 콘텐츠 등으로 공유해 왔습니다. 이는 사업 성과의 ‘물리적 지속성’뿐 아니라, 다음 활동을 촉진하는 ‘문화 자산’으로 축적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지난 4년은 ‘작지만, 진정성 있는 연결’을 통해 지역문화 생태계의 씨앗을 뿌리고, 뿌리를 내리고, 새싹을 키운 시간이었습니다. 지역 문화정책이 거대한 인프라나 예산이 아닌, ‘한 사람의 이야기와 연결망’을 중심으로 설계될 수 있다는 점을 강서구라는 장소에서 증명한 사례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노력에도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강서구는 서울에서 네 번째로 책방이 많지만, 지역서점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은 전무합니다. 한 달에 두 곳씩 서점이 폐업한다는 소식은 더 이상 놀랍지 않습니다. 책방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생존을 넘어 ‘지속’을 말하는 것도 버거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간절한 마음으로 문을 엽니다. “다시 만날 날이 있겠죠?” 책과 사람, 마을과 기억, 예술과 일상이 이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다시서점을 비롯해 지역에서 고군분투하는 작은 책방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주소 : 서울 강서구 공항대로8길 77-24 1층
운영 시간 : 12시~18시 (일, 월, 화 휴무)
홈페이지 : dasibookshop.com
인스타그램 : @dasibookshop
김경현_다시서점 대표
-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5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