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슈 버제스 글 / 조시 코크런 그림 / 황유진 옮김 / 46쪽 / 19,000원 / 원더박스
『사랑하는 나의 ㅎㅎ에게』는 돌아가신 할머니에게 편지를 띄우려는 소년 실베스터의 알록달록한 상상으로 시작됩니다. 스카이다이버, 분홍돌고래, 노란 나비 등 자신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그리운 마음을 전하려 합니다.
늦은 밤,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배낭에 편지와 비행기를 넣고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습니다. 마침내 산 높은 곳, 벼랑 끝에서 비행기에 편지를 실어 날립니다. 높이, 더 높이 날아 할머니에게 전해지기를 소망하며. 그러나 소년의 소원은 바닥에 곤두박질치고 맙니다. 축 처진 어깨를 한 실베스터의 뒷모습은 상실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깊은 슬픔을 떠올리게 합니다.
집으로 돌아온 실베스터는 그동안 애써 부정하던 마음 뒤에 숨어있던 진실을 마주합니다.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 함께한 놀이, 할머니가 가르쳐 준 것, 사랑스러운 할머니의 모습.
상실은 단지 이별이라는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할 엄청난 고통과 상처, 깊은 슬픔을 내포합니다. 애도와 상실, 죽음과 삶의 의미를 주제로 깊은 연구를 해온 로버트 A. 네이마이어는 상실을 ‘삶의 의미 체계가 붕괴되는 일’이라고 정의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단지 어떤 존재가 사라졌다는 것을 넘어서, 우리가 ‘누구였는지, 어떤 세계를 살았는지’에 대한 이야기 자체가 무너지는 사건입니다. 치유를 위한 애도의 핵심은 ‘감정을 완화’하는 작업에 머무르지 않고, 그 사람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정체성과 내러티브를 재구성하는 작업입니다.
『사랑하는 나의 ㅎㅎ에게』의 실베스터는 이야기를 상상하며 현실을 수용합니다. 그리운 마음을 담은 편지를 쓰고, 추억을 떠올리며, 마음의 안정을 되찾습니다. 갈 수 없는 먼 곳에 있는 할머니지만 영원히 내면 깊은 곳에서 따뜻한 추억으로, 사랑으로 연결되는 존재임을 알게 됩니다. 실베스터는 할머니가 함께 있지 않아도 살아갈 힘을 지닌 존재로 새로운 정체성과 내러티브를 갖게 된 것입니다.
실베스터처럼 우리도 잃어버린 이들을 향해 마음의 편지를 띄우며, 그리움 속에서 다시금 삶을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그 순간, 상실은 다시 살아갈 이야기로 우리 곁에 머뭅니다.
김은미_마음성장학교 대표, 『마음이 머무는 페이지를 만났습니다』 저자
-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5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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