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쑤추 지음 / 홍상훈 옮김 / 480쪽 / 24,000원 / 교유서가
도서관 사서로서 인공지능 시대에도 도서관이 필요하냐고 말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났다. 그러면 도서관은 민주주의 근간이다, 알 권리와 지적 자유를 보장해 주는 공공재다,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공평하게 누릴 수 있는 문화기관이다,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된다, 외국 학자의 말을 가져와 좋은 도서관은 공동체를 만드는 곳이다 등등을 강조해 답한다. 그래도 갸우뚱하면 허탈하기도 하지만 언젠가 좋은 도서관을 만나면 알게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중에, 『세상에 왜 도서관이 필요한가』라는 책을 만났다. 세상에 도서관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책은 문학을 전공하고 대학에서 가르치는 일을 하는 저자가 익히 들어 알만한 고도(古都) 시안(西安)의 문화 담당 부서에서 일 년 동안 임시직으로 일하게 되면서, 중심지 상가 건물 지하에 ‘유명하지 않은 도서관’ 하나를 건립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을 기록한 내용이다. 우리나라와는 매우 다른 정치나 사회체계를 가진 중국의 도서관 이야기라서 사뭇 흥미롭다.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건축이나 공간 디자인, 서가나 각종 기기와 관련한 기술 관련 지식, 도서관의 공공성에 맞는 책을 골라 채우는 일이 필요하다. 그리고 많은 부문과의 협업, 공공기관으로서 맞닥뜨리는 제도적 제약 속에서 어느 하나 차질 없이 처리해 개관하고 운영하는 모든 과정은 하나의 종합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도서관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 저자가 대학과는 많이 다른 지방행정 체제 속에서,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공간을 꾸미고 세심하게 고른 책들을 구입해 서가를 채워 도서관을 개관하는 과정에서 부딪치고 헤쳐낸 여러 일들이 흥미진진하다. 무엇보다 저자가 도서관의 영혼이라고 한, 책을 고르는 과정에서 다양한 인맥과 교류하고 협력한 이야기나 책들에 대한 서술은 현란하기까지 하다. 중국 문화에 대한 내용은 잘 알지 못하는 것들이라 쉽게 읽히지는 않지만 뭔가를 새롭게 배운다는 즐거움도 있다.
시안에서의 도서관 건립이 결코 쉽지 않았던 것을 보면, 중국이나 우리나라나 도서관 건립이나 운영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은 크게 다르지 않구나 싶어, 동병상련 느낌이 들었다. 다만 도서 구입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 우리나라에는 없다는 것 정도는 말해두어야겠다. 요즘 중국은 도서관 진흥에 꽤 노력하고 있어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데, 일선에서의 이 같은 노력이 변화와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숱한 어려움을 극복해 낸 영웅 서사 같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공공행정이라는 단단하고 교조적인 틀 안에서 도서관을 이용할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필요한 책 목록을 만들고 끝내는 지켜낸 저자의 뚝심과 용기, 그와 함께한 관장 등 동료와 여러 친구와의 연대, 그런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곳이 도서관이라고, 그래서 세상에 도서관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평범한 시민의 용기와 믿음의 기록이다.
세상에는 도서관이 필요하고 도서관에는 저자와 같은 깨어있는 시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도 제대로 된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들의 이야기도 찾아 들어보길 바란다.
이용훈_도서관문화비평가, 『그래서 우리는 도서관에 간다』 공저자
-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5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