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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상상력으로 즐거움을 주는 요시타케 신스케

by 행복한독서

요시타케 신스케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한다. 자명해 보이는 사람이나 사물이 작품 속에서 아주 색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주로 작가의 분신인 주인공의 상상을 통해 표현되는데, 그 세계가 아주 흥미진진하다.


현실에서 촉발된 다채로운 상상 세계

요시타케 신스케의 첫 작품 『이게 정말 사과일까?』(주니어김영사, 2014)는 주인공 남자아이가 탁자에 있는 사과 한 알을 보고 떠올린 여러 가지 상상을 담고 있다. 사과처럼 보여도 커다란 체리일지도 모르고, 속은 포도 맛 젤리일지도 모르고, 깎아도 계속 껍질이 나올지도 모르고, 보이지 않는 뒤쪽은 귤일지도 모르겠다는 데서 출발한 아이의 상상 세계는 점점 더 확장된다. 사과는 빨간 물고기일지도 모르고, 사과 안쪽은 기계일지도 모르고, 어떤 동물의 알일지도 모르고, 키우면 집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한다. 사과에 모자를 씌워보기도 하고, 사과가 우주에서 떨어진 별일지도 모르고, 사과에게 감정이 있을지도 모르고, 형제자매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어쩌면 나 말고 모두 주변 사람이 사과일지도 모르겠다는 상상까지 한다. 그러다가 아이는 현실로 돌아와 엄마에게 “엄마, 이거 먹어도 돼요” 하고 묻고는 사과를 먹더니 “맛있다!” 하고 감탄한다. 아이는 현실의 사과로 인해 다채로운 상상 세계를 만들어가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와 사과를 먹는데, 현실은 단순해도 상상 세계는 얼마든지 풍요롭고 다채로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작품으로 요시타케 신스케는 2013년 제6회 MOE그림책상 대상, 2014년 제61회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 미술상을 받았다.

그림6-이게 정말 사과일까.jpg ⓒ주니어김영사(『이게 정말 사과일까?』)

『이게 정말 나일까?』(주니어김영사, 2015)는 도우미 로봇에게 하기 싫은 일을 시키려는 남자아이가 등장해서 ‘나’란 어떤 존재인가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이게 정말 천국일까?』(주니어김영사, 2016)에는 남자아이가 등장해서 얼마 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남긴 “천국에서 뭐할까?”라고 적힌 공책을 보고는, 자신도 ‘천국에서 뭐할까?’와 ‘오늘은 뭐할까?’ 공책을 만든다. 죽음도 삶의 한 부분이며, 삶에서 ‘오늘 뭐할까?’가 중요함을 보여준다. 이 작품으로 요시타케 신스케는 2016년 제51회 신풍상을 받았다.

『이게 정말 마음일까?』(주니어김영사, 2020)는 싫어하는 사람이 여러 명 생긴 여자아이가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마음과 감정에 대해 생각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게 정말 뭘까?』(주니어김영사, 2020)는 집에서 나와 학교에 가는 남자아이를 시발점으로 여러 사람이 ‘학교, 즐겁다, 거짓말, 친구, 행복, 나, 정의, 용서, 자립, 입장, 평범, 꿈’ 등 여러 키워드를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게 정말’ 시리즈의 작품들은 우리에게 자명해 보이는 것에 대해 ‘과연 그럴까?’ 하고 질문을 던진다.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상상하는 과정이 곧 탐구 과정이 된다.


현실과 연결된 풍요로운 상상 세계

『벗지 말걸 그랬어』(위즈덤하우스, 2016)에는 엄마가 “목욕해야지”라고 말하며 급하게 옷을 벗기려고 하자 “내가 벗을 거야!” 하고 혼자 벗으려고 하는 남자아이가 등장한다. 옷이 잘 안 벗겨지자, 아이는 어른이 될 때까지 안 벗겨지면 어떡하지…를 비롯해 이런저런 상상을 하는데 그게 참 기발하다. 결국 엄마가 옷을 벗기고 아이는 목욕을 하는데, 이번에는 잠옷이 목에 걸리게 된다. 아이에게 쉽지 않은 옷 벗기와 옷 입기를 다룬 이 작품은 2017년 볼로냐 라가치상 특별상을 받았다. 요시타케 신스케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작가가 된 것이다.

『주무르고 늘리고』(스콜라, 2018)에서는 밀가루 반죽 놀이를 즐기는 아이가 등장하고,

『내 잠버릇의 비밀』(위즈덤하우스, 2020)에서는 저녁에 잘 때와 아침에 깰 때 완전히 다른 아이가 나온다. 이 작품들은 현실과 상상 세계가 아이의 생활에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뭐든 될 수 있어』(위즈덤하우스, 2017)에는 빨래를 개고 있는 엄마에게 나리가 답을 맞혀보라며 퀴즈 게임을 시작한다. 나리는 몸을 구부리기도 하고, 이불을 뒤집어쓰기도 하고, 팔을 휙휙 돌리기도 하면서 온갖 모습을 흉내 낸다. 하지만 엄마는 하나도 알아맞히지 못한다. 그러다 그만 나리는 잠이 들고, 엄마는 마지막 흉내가 뭘까 궁금해 한다. 엄마는 아이의 상상력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오줌이 찔끔』(위즈덤하우스, 2018)에는 항상 팬티에 찔끔 오줌이 새서 엄마한테 혼이 나는 남자아이가 등장한다. 할아버지도 오줌이 찔끔 샌다는 말을 듣고 비로소 아이는 안심한다.

『고무줄은 내 거야』(위즈덤하우스, 2020)에는 엄마가 버리려던 고무줄을 갖게 된 여자아이가 온갖 상상을 하는 게 그려진다. 아무리 하찮아도 보물이 될 수 있는 아이의 세계가 감탄스럽다.

『내가 다 열어 줄게』(위즈덤하우스, 2021)에는 봉지나 뚜껑을 열지 못하는 남자아이가 등장해 이다음에 커서 ‘열기 대장’이 되겠다고 한다. 이 작품들은 상상에서는 뭐든지 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할 수 없는 게 많은 아이의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한다.

『섬세한 체조』(마르코폴로, 2023)는 요시타케 신스케의 원점을 볼 수 있는 스케치집으로, 전시 카탈로그를 보완한 것이다. 20대의 요시타케 신스케는 틈만 나면 작은 종이에 낙서하던 회사원이었다. 요시타케 신스케는 2002년에 이 그림들로 전시회를 열고 자비출판으로 카탈로그를 만들었는데, 카탈로그를 본 편집자가 연락해서 그림책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의 길을 걷게 되었다.


2023년 기준으로 일본에서는 『이게 정말 사과일까?』가 74만 부 팔렸고, 모든 작품의 누적 판매는 600만 부가 넘는다. 요시타케 신스케는 자기만의 기발한 상상력으로 독자들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작가인 것이다.


엄혜숙_그림책 번역가, 비평가


-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5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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