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선 지음 / 288쪽 / 19,800원 / 헤르츠나인
나의 첫 책 『연애(緣愛) : 아흔 살, 내 늙은 어머니 이야기』는 서로를 돌보는 이야기였다. 나이 많은 시어머니는 손주 같은 며느리의 마음을 돌보고, 젊은 며느리는 나이 든 시어머니의 몸을 돌보는 이야기. 속 깊고 다정했던 어머니는 올해 1월 세상을 떠나셨다. 그리고 나는 어머니의 마지막을 보며 읽고 쓴 글을 모아 두 번째 책 『노년을 읽습니다』를 냈다.
서른 살에 결혼해서 일흔다섯 시어머니를 만났다. 그렇게 나이 많은 사람을 가까이서 본 적이 없는 나는 내 눈앞의 노인이 매우 생경했다. 신체적 늙음도 한 사람의 생애 주기로서의 노년도 모두 낯설기만 했다. 내 엄마와 아빠는 아직 젊은 노인이었기에 어머니를 대할 때 참고할 만한 지식과 정보도 전혀 없었다. 아이를 키우며 육아서를 정말 많이 읽었다. 내 인생에 처음인 것들을 헤쳐 나가야 할 때, 항상 책을 찾았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 사춘기가 왔을 때, 그럴 때마다 항상 책을 찾았고 책 속에 길이 있었다. 그런 습관으로 이번에도 책을 찾았다. 공부하는 마음이라기보다는 알고 싶은 마음이었다. 내가 사랑하고 염려하는 대상을 잘 알고 싶은 마음. 뭐든지 배움으로 해결하는 나의 습관 그리고 내가 가장 잘하는 것, 독서. 그런 연결고리로 오랫동안 노년을 읽었고 그에 대한 마음을 글로 쓰게 되었다.
『노년을 읽습니다』는 독서 에세이이자 노년 에세이이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면 그 속에 하나의 노년이 있다. 그림책, 소설, 에세이, 시, 인문서, 만화. 모든 책 속에 노년이 있는데 그건 당연한 것이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노년이 되고 그러므로 우리 삶 속에 노년이 있기 때문이다. 『노년을 읽습니다』에는 서른여섯 권의 책과, 서른여섯 개의 책 속 노년과, 서른여섯 개의 작가의 삶 속 노년이 나온다.
찾아서 읽다 보니 노년이란 생각보다 훨씬 다채로웠다. 나이 들었으니까, 늙었으니까, 어쩔 수 없으니까, 방법이 없으니까. 그런 말로 결론짓기에 노년은 무척 다채로웠다. 노년이 오면 슬픔, 두려움, 아픔, 애통함 그런 감정들이 급속도로 더해진다. 하지만 기쁨과 설렘, 편안함, 행복, 안정감. 이런 감정들은 노년이 되어도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그 맛을 더한다. 노년에 대한 책을 읽고 숙고하면서 우리는 노년을 긍정하는 마음을 찾아낼 수 있다.
본격적으로 책을 쓰면서부터는, 노년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모든 주제들을 다루려고 노력했다. 나는 실체로서의 노년과 시기로서의 노년을 모두 망라해 보고 싶었고 그래서 평소에는 잘 읽지 않는 분야의 책도 적극적으로 찾아봤다. 책의 목차는 건강과 생존, 가족과 네트워크, 돌봄과 죽음, 노년의 삶 순서로 구성되었다. 각 카테고리는 다시 세분화되는데 예를 들어 치매는 치매 당사자, 치매 환자, 치매 의료진, 치매 가족으로 다시 나뉜다. 다각적이고 입체적인 시각을 가지려 노력했다. 우리는 각자 다른 생애 주기에 있고 내가 겪어보지 못한 시기는 이해가 어렵다. 하지만 이야기를 읽고 생각하다 보면, 갈등을 줄이고 이해를 높일 수 있다. 그것은 늙은 부모를 이해하게 하고 내게 올 노년을 외면하지 않게 한다. 그리고 내 주변의 노년이 눈에 들어오게 만든다.
내게 가장 마음이 가는 카테고리는 4부 ‘노년의 삶’이다. 나도 그렇지만 우리는 모두 노년을 인생을 마무리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3부까지는 건강, 돌봄, 가족, 일자리, 요양시설, 죽음 등 필수 불가결하게 맞닥뜨리는 노년의 일들을 다룬다. 하지만 4부에서는 주체적인 삶, 삶으로서의 노년을 말한다. 독거노인이 아니라 싱글인 노년, 황혼 결혼이 아니라 노년의 사랑. 진취적이고 유쾌한 노년이 등장한다.
문학에서 노년을 어떻게 다루는가는 매우 중요하다. 문학은 우리의 현실을 보여주고 미래를 만든다. 향후 모든 장르의 출판물에 노년이 다채롭게 등장할 것이다. 한국인 다섯 명 중 한 명이 노인인 시대. 노인과 노년은 새로운 이야기 소재로 거듭날 것이고 그것은 이미 시작되었다. 『노년을 읽습니다』는 일차적으로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이차적으로 책을 통해 노년을 숙고하고 싶은 독자들이 읽으면 좋은 독서 안내서이다. 바쁜 세상, 노년에 대한 책을 읽고 싶은데 방대한 독서를 할 마음이나 여력이 없는 사람에게도 이 책은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 두꺼운 인문서부터 얇은 시집 그리고 말랑한 그림책까지. 리뷰를 읽고 취향에 맞는 책은 다시 찾아 읽을 수도 있다.
늙을 마음. 현재 노년인 독자는 본인의 늙는 마음을, 노년이 될 독자는 늙을 마음을, 다채로운 노년을 보며 긍정해 보자. 이 책 『노년을 읽습니다』가 도울 것이다.
서민선_『노년을 읽습니다』 저자
-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5년 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