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캐논」이 담긴 그림책

by 행복한독서

피아노

이세 히데코 글·그림 / 황진희 옮김 / 48쪽 / 15,000원 / 천개의바람



클래식 음악에 문외한인 사람이라도 아마 「캐논」이라는 연주곡은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곡 제목은 몰라도 들으면 “아~ 이 음악이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고요. 「캐논」이 이토록 사랑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 이 음악을 들으면 뭔가 아련한 마음과 함께 괜히 울고 싶어지거든요. 그리고 울고 나면 기분이 한결 나아져요. 여러분은 「캐논」을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이 그림책은 맑고 섬세한 수채화로 유명한 일본의 그림책작가 이세 히데코의 신작입니다. 지난 그림책들 속에서도 음악이 가진 위로와 치유의 힘을 잘 보여줬던 이세 히데코, 이번에는 ‘첼로’가 아닌 ‘피아노’를 소재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세 히데코의 그림이 맑고 투명한 피아노 선율과 무척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림3-피아노_본문.png

여름이 끝나갈 무렵, 엄마와 단둘이 사는 아이가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집 바로 옆은 마치 숲처럼 보였는데, 숲이 아니라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의 정원이라고 했어요. 엄마가 출근하고 집에 홀로 남은 아이는 심심한 마음에 아직 풀지 않은 이삿짐 상자들을 살폈습니다. 그러다가 다섯 살 생일 때 아빠에게 선물 받은 장난감 피아노를 발견하게 되었어요. 아빠와 함께 이 장난감 피아노로 「캐논」을 연주하곤 했었는데, 아빠가 안 계시고 나서는 ‘라’ 건반에 소리가 나지 않아 점차 치지 않게 되었던 추억의 물건이지요. 오랜만에 다시 장난감 피아노로 「캐논」을 연주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피아노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이의 「캐논」 연주에 맞춰 그 피아노도 똑같이 「캐논」을 연주하고 있었어요. 소리가 나는 곳은 집 옆의 그 숲이었습니다.

피아노 선율을 따라 들어간 숲속에는 과연 누가 있었을까요? 아이는 그곳에서 어떤 일을 겪게 될까요?


흔히 상실의 아픔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고 하지만, 그저 시간이 흐른다고 마음속 빈자리가 채워지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그러기에 모든 아픔에는 제대로 치유되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것은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는 것일 수도 있고 몰두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것일 수도 있겠죠. 그리고 음악이나 예술이 그런 치유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위로가 필요한 날 찾아 들을 수 있는 노래 한 곡이 있다는 것, 그림책 한 권이 있다는 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요? 그것이 바로 우리 삶에 음악과 예술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저도 이 그림책 덕분에 한동안은 「캐논」에 푹 빠져 지내게 될 것 같네요.


이혜미_그림책방 근근넝넝 대표, 『엄마는 그림책을 좋아해』 저자


-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5년 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소외되고 잊힌 존재들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