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기 지음 / 296쪽 / 20,000원 / 틈새의시간
최근 몇 년간 2030 여성들의 정치 성향은 많은 사람들에게 의아함의 대상이었다. 지난겨울 내란 주동자인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와 구속을 요구하며 농성을 이어가던 이들 중 적지 않은 수가 ‘2030 여성들’이었고, 사람들은 궁금해했다. 나 역시 같은 의문을 품었다. 은박 담요로 몸을 감싼 채 자리를 지키던 그 모습에 한없는 고마움을 느끼는 한편, 머릿속에서는 물음표가 둥둥 떠다녔다.
이건 실은 나 자신을 위한 수많은 변명의 일부이기도 하다. 이제껏 삶의 부조리한 장면이나 불합리한 폭력 앞에서 ‘일상이 바쁘다’라는 핑계로 고개를 돌리거나 눈을 감고 그대로 지나친 적이 많았으니까. 이런 경험이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사람들은 계속해서 물었다. 왜 젊은 여자들이 자꾸만 광장에 나오는지에 대해. 물음 뒤에는 대개 “기특하다”라거나 “대견하다”라는 말이 따라왔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해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그들을 독립된 정치적 주체가 아닌 ‘젊은 여성’이라는 하나의 프레임 안에 가둬놓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여성들은 늘 광장에 있었다. 단지 무대가 바뀌었을 뿐, 정치적 활동을 멈춘 적이 없었다. 따라서 이제는 방향을 바꾸어 ‘여성들은 왜 정치적인지’를 먼저 살피는 것이 먼저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선상에서 이슬기 기자는 10·20·30세대 여성 10인을 인터뷰하며 광장에 서기까지 그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성장 과정에서 무엇을 좋아했고, 어떤 것에 분노했으며, 어떻게 ‘조직적인 활동’을 경험했는지를 자세히 따라가며 듣고 적는다. 『우리는 우리가 놀랍지 않다』는 이에 대한 기록이다.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지지하는 의미로 응원봉을 구매하고, ‘덕질’ 과정에서 기획사의 부당한 대우에 저항하고, 의사를 관철시키기 위해 연대하고, 이와 같은 움직임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겨 이슈를 주도해 온 이들에게 ‘광장에 나서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행보였다. 응원봉으로 시작된 활동은 문화에 대한 덕질을 넘어 그렇게 농업인 의제로, 소수자의 권리로, 각종 노동조합 조직으로 점차 확산되었다.
한때 낙담과 절망으로 미래가 잿빛처럼 느껴지던 시기가 있었다. 정치는 암울하고, 청년 세대는 보수화되고, 변화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믿던 시기가. 이제는 안다. 이 또한 나의 섣부른 판단이었음을. 너무도 자연스레 일상을 정치로 접목시키고 정치와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이들을 바라보며 새삼스레 깨닫는다. 그들은 ‘일상을 제치고’ 현장으로 달려온 것이 아니었다. 광장과 일상은 처음부터 하나였다. 삶이 곧 정치고, 정치가 곧 삶이었다.
한승혜_작가, 『봉 잡은 인생』 저자
-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5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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