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민지 글·그림 / 68쪽 / 16,800원 / 찰리북
다소 어감이 세게 느껴지는 『내 방에서 당장 나가』라는 제목 때문인지 당황스럽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나가라고, 그것도 지금 당장 여기에서 나가라고 하는 걸까? ‘도대체 왜?’라는 궁금증은 누가 내뱉는 소리인지, 누구한테 나가라는 건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표지 그림을 구석구석 살펴보게 한다.
생쥐가 제 몸집보다 훨씬 큰 곰 다리를 있는 힘껏 밀어붙이고 있다. 딴에는 안간힘을 쓰지만 끄떡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고래고래 악을 쓰며 울부짖는 생쥐 목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것 같다. ‘가만있어 보자. 나도 이런 때가 종종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게 언제였더라?’ 우리가 주로 부정적인 감정이라고 일컫는 걱정이나 불안, 우울이나 슬픔, 미움과 화 등의 감정들을 만날 때가 그런 것 같다.
작가가 그러했듯이 누군가를 미워하는 일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렵고 힘들어한다. 상대방으로 인해 내 마음이 수시로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불안이나 우울처럼 ‘미움’이란 감정은 상당히 많은 에너지를 소모시키기 때문에 해야 할 다른 일들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갖은 노력들을 다하면서까지 그 감정을 마주하려 하지 않는다. 이런저런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면서까지 밀어내거나 외면하려고 애쓰지만 번번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감정들은 작용-반작용의 원리처럼 밀어내면 밀어낼수록 점점 더 힘이 세지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애를 쓰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일단은 자기감정을 알아차려야 한다. 어떤 일이 생길까 걱정한다는 사실을, 미워하는 감정 때문에 정작 해야 하는 일들을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래야 자신이 빠진 감정의 늪에서 헤어 나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볼 수 있으니까. 주인공 생쥐는 자신이 곰오를 미워하는 것을 인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이 소용없다는 걸 깨닫자 자신이 집을 떠난다. 곰오더러 자기 방에서 나가라고 소리 지르며 상대를 탓하는 대신 마음의 여유를 찾으러 자신이 떠난다. 힘든 상황에서 잠시 벗어나 스스로를 돌보려고 애쓰는 것이다. 잠시 좋아하는 것들을 하며 심리적 여유를 되찾은 생쥐는 그제야 자신이 떠나온 것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을지 그 방법을 생각해 보면서 마침내 용기를 내어 버거운 감정들을 마주하기로 한다.
생쥐가 ‘미움의 방’을 만들고 깨끗이 청소해 놓고 곰오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그러면 곰오 역시 처음처럼 제멋대로가 아닌 정중하게 노크할 테니. 이것이 뭐든지 제멋대로인 곰오 때문에 힘들어하던 생쥐가 하루라도 빨리 방에서 내보내려 애쓰는 대신 불편하지만 함께 잘 지낼 수 있는 멋진 동거 방법이다.
임명남_인생봄 심리상담센터 대표, 『당신의 밤이 편안했으면 해』 저자
-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5년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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