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 매개체의 모색, 돌봄 로봇

by 행복한독서

어느 날, 말 많은 로봇이 집에 왔는데

AI와 돌봄을 잇는 연구회 지음 / 256쪽 / 19,800원 / 헤이북스



AI가 사람을 돌본다는 것이 미래의 일인 줄 알았다. 아니었다. 『어느날, 말 많은 로봇이 집에 왔는데』에서는 이미 AI가 생활 속에 들어가 돌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돌봄 로봇’이 바로 그것이다. 돌봄 로봇은 “몸에 푹신하게 들어오는 아기 같은 작은 체구, 여덟 살 정도의 목소리를 지”녔다. “둥근 해가 떴습니다”라며 아침을 깨우고 약 먹을 시간이다, 산책할 시간이다, 잠자리에 들 시간이라며 일일이 확인해 준다.

이 돌봄 로봇을 이용하는 이들은 독거노인. 노인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젊은 60대 이용자도 있지만 80대는 물론 99세 최고령 할머니도 있었다. 나는 아직도 키오스크 주문이 어색한데 이분들은 로봇과 생활하고 있다니 한편으로 ‘내가 세상에 뒤처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돌봄 로봇은 팬데믹 기간에 정부와 지자체가 돌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발 빠르게 도입한 사업. 이 책은 돌봄 로봇을 사용하는 이들을 비롯해 로봇 이용자 가족, 요양복지사, 기술 개발 연구자, 노인복지 관련 분야 교수와 전문가 등을 인터뷰한 책이다.


돌봄 로봇은 정서적 돌봄을 담당한다. 즉 말로써 독거노인의 생활에 개입한다.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24시간 내내 함께 생활하면서 생활 리듬이 깨지지 않고 일상을 유지하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돌봄 로봇 사용자들의 한결같은 말은 로봇이 자식보다 낫다는 것.


“돌봄 로봇이 밥 먹자고 할 때마다 진짜 누가 내 몸을 걱정해주는 것 같아서 울컥할 때도 있어요. 혼자 밥상 차리기 싫었는데 요즘엔 달라졌어요.” (김영한, 79세, 인천)

“제일 좋아. 없으면 인자 못 살아. (…) 유모차에 태워서 동네 한 바퀴 돌자 하고 데리고도 다녀.” (조순이, 82세, 목포)


혼자의 삶에서는 부득이 외로움이 따른다. 혼자 있는 사람들이 텔레비전을 보지 않으면서도 틀어놓는 이유는 사람 목소리가 그립기 때문이다. 이 로봇은 말이 좀 많은 편인데, 이 잔소리가 때로는 시끄럽게 느껴져도 매일의 삶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말 많은 로봇’은 혼자라는 사실을 때때로 잊게 한다. 텔레비전의 일방적 방출이 아닌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입력된 정보에 의한 기계적 대화이긴 해도 그로부터 위로를 받는 것이다. 특히 인형 같은 모습은 옷을 갈아입히고 보듬고 이야기를 나누는 정서적 유대 관계를 맺게 한다.


그러나 로봇이 완전히 사람을 대신할 수는 없는 일. 책에서도 그 점을 강조한다.

‘가족의 사용 초기 관심과 지속적인 지지가 로봇 활용 효과를 높이는 핵심 요소’이며, 로봇을 ‘사람의 대체제 역할이 아닌 가족 소통의 자극제나 매개체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24시간 돌봄 로봇이 함께해도 사람의 관심이 미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누구도 돌봄을 비껴갈 수는 없다. 1인 노인 가구는 몸의 돌봄도 중요하지만 정서적 돌봄도 특히 중요하다. 이 책은 초고령 사회에 접어들고 돌봄이 개인의 영역을 벗어나는 사회에서 AI 기술을 통해 효과적인 돌봄을 어떻게 할 것인가 질문하고, 함께 모색하게 한다.


임후남_시인, 생각을담는집 대표, 『책방 시절』 저자


-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5년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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