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서점이 있지만, 부득이한 경우를 빼곤 오프라인 책방을 이용한다. 책방까지 가서 그곳의 문을 열고 들어서기까지 여정이 주는 설렘이 좋다. 책방지기만의 큐레이션을 비롯해 표지부터 책날개, 내지까지 책의 물성을 직접 느껴보는 재미도 크다. 동네책방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책방지기가 꾸린 공간 곳곳을 둘러보고, 소리를 들어보고, 향기를 맡아보는 그 맛을 잘 알 것이다.
‘책방’이 주는 설렘을 넘어 전원 속 ‘시골 책방’이 선사하는 행복은 얼마나 더 클까? 최근 시골 책방에 관한 두 권의 책을 읽으며 여러 번 미소를 머금었다. 삶과 사람, 책을 바라보는 책방지기만의 단단한 철학이 느껴지는 책들이다.
양평책방 책방할머니는 오늘도 행복합니다
남미숙 지음 / 328쪽 / 17,500원 / 공명
42년간 초등학교 교사, 장학사, 장학관, 교장으로 근무하던 저자는 2022년 8월 31일 정년퇴임 바로 다음 날부터 책방지기로 새 삶을 시작한다. 『양평책방 책방할머니는 오늘도 행복합니다』는 저자인 ‘책방 할머니’가 양평 시골에 ‘양평책방 책방할머니’를 꾸리기까지 100일의 기록이다. 퇴직을 앞둔 직장인의 로망인 ‘무사히 정년퇴직’ ‘전원주택에서 살기’ ‘작은 책방 운영하기’ 등을 모두 이룬 그의 행복한 사연에 독자도 대리만족을 해보게 된다.
양평책방 책방할머니는 여성 한 명만 올 수 있는 예약제 책방이다. 책방 할머니는 딸 옆에서 육아와 가사를 함께 나누며 대한민국 모든 엄마 그리고 여성들의 어려움에 공감했다고 말한다. 책방을 ‘혼자만의 안식처를 찾는 여성 한 명’에게 넉넉히 내준 배경이다. 공간에 얽힌 그만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어떤 고민이든 털어놓을 수 있는 이모를 만난 기분이다.
여성 한 사람만을 위한 책방을 운영하겠다는 ‘철학’으로 꾸린 공간은 지향점이 뚜렷하다. 중학교 1학년이 자유학기제를 통해 빨리빨리를 재촉하는 교육 일정에서 잠시 ‘멈춤’ 하듯, 이곳에서 여성들이 멈춤과 딴짓을 경험해 보고, 옆을 볼 자유와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찾길 바란다. 쉼을 위해 온 이들에게 복잡한 책보다는 그림을 바라보며 경험과 감정을 떠올리게 하는 시간을 주고자 그림책을 소개한다. ‘나’ ‘죽음’ ‘위로’ ‘자연’ ‘관계’ 등 책방 할머니만의 섬세한 큐레이션이 책방의 방향성과 잘 어울린다.
책을 읽으며 이 서점에서 홀로 책도 보고, 잠도 자고, 정원에 나가 풀도 뽑고, 산멍도 해보는 한 여성을 떠올려본다. 책방 할머니의 바람처럼 그가 그곳에서 잠시라도 몸과 마음의 여백을 갖기를 독자 역시 기원하게 된다.
책방 할머니의 글은 따뜻하면서 위트가 넘친다. “양평책방에서 이렇게 행복하니 돈 쓸 일이 없어요. 마당에서 이마트가 쑥쑥 자라고 있으니까요.” 소박하고 평화로운 전원생활의 만족감을 이렇게 재미있게 표현하다니! 그를 ‘귀엽고 유쾌한 책방 할머니’로 부르고 싶어진다.
책방 할머니는 양평책방 책방할머니가 “내향형이 혼자의 장소로 피난할 수 있는 퀘렌시아”와 같은 공간이 되면 좋겠다고 말한다. 싸우다 지친 소들이 관중과 투우사의 시선에서 벗어나 잠시 숨을 고르고 쉬는 퀘렌시아처럼 숨은 안식처가 됐으면 하는 진정성 있는 마음이 전해진다. 책 곳곳에 보이는 책방 창업에 관한 현실적인 조언도 참 값지다.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세요?”
“음……, 남들이 여행 가니까 여행 가는 사람, 남들이 뭐 하니까 나도 뭐 해야겠다고 하는 사람.”
시골책방입니다
임후남 지음 / 256쪽 / 13,000원 / 생각을담는집
『시골책방입니다』를 읽으며 한 시인이 독자와의 만남에서 했다는 저 말에 밑줄을 쫙 그었다. 책을 읽다 보니 『시골책방입니다』를 쓴 책방지기는 행복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골책방입니다』는 오랜 시간 도시 생활을 해왔던 저자가 경기도 용인에 ‘생각을담는집’이라는 책방을 열고 책, 사람, 전원과 함께하며 지내는 이야기다. 그보다 더 편안할 수 없는 도시 생활 속에서 늘 ‘언젠가 시골’을 마음속에 품어왔던 그가 자신의 결대로 삶을 선택하고, 열정적으로 꾸려가는 사연에는 ‘나다움’을 찾은 이만의 단단한 행복이 느껴진다.
저자는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책을 통해 만난 그는 사람을 좋아하는 걸 넘어 사람을 통해 그만의 삶의 의미를 잘 발견할 줄 아는 특별한 렌즈를 갖고 있다. 그는 시골 책방까지 일부러 찾아온 이들만이 가진 특별함을 잘 포착해 낸다. 아이와 눈을 맞추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몸으로 보여줬던 젊은 부부를 통해 깨달음을 얻는다. 평생 육체노동을 해오며 살아온 아버지의 모습에서 그만의 성실함과 부지런함을 읽어내는 한편 그가 살아오며 미처 말하지 못했을 아픔도 헤아려본다. 그 시선이 참 깊고 따뜻하다.
책에서 책방을 찾은 다양한 사람들 사연을 만나는 재미가 남다르다. 생각을담는집을 너무도 좋아하는 연인에게 프러포즈를 하고자 북스테이를 예약한 한 남자와 그를 도와 오디오, 영상, 촬영 등 스태프 역할을 자처한 책방지기들의 사연은 로맨틱 영화 같다. 조은 시인을 만나기 위해 눈길을 뚫고 온 사람 이야기는 그것 자체로 시다.
책방을 찾은 이와 대화를 나누며 그에게 잘 맞을 법한 책을 추천해 주고, 계절마다 다르게 피고 지는 꽃과 풀을 보며 지내는 책방지기의 모습을 그려본다. 자신의 일을, 일상을 사랑하는 이가 전해주는 특별한 에너지가 이 책에 있다. 저자가 책방을 찾은 사람들에게 맞춤해 추천한 책 목록은 따로 메모하며 읽었다.
저자는 책방에서 책을 구입하고 읽는 것은 단순히 한 권의 책을 구입해서 읽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곳까지 오는 발길, 함께하는 사람, 이곳의 나무와 숲과 흙냄새, 하늘, 바람, 커피, 웃음, 음악 그 모든 것들이 함께하는 것이라고. 그의 말 속에 동네책방의 존재 이유가 잘 담겼다.
김청연_작가, 『왜요, 그 말이 어때서요?』 저자
-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5년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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