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퍼트 스파이라 글 / 주잔나 첼레이 그림 / 김주환 옮김 / 52쪽 / 18,000원 / 퍼블리온
시대가 바뀌고 언어가 달라져도 인간은 결국 이 한 문장으로 돌아온다. 존재의 근원을 묻는 이 물음은 그림책 『나는 언제나 나』에서도 중심을 이룬다. 이 책의 글을 쓴 루퍼트 스파이라는 명상가이자 철학자로서, ‘비이원론’의 사유를 단순하면서도 울림 있는 언어로 풀어낸다.
스파이라는 우리가 보통 ‘나’라고 부르는 것이 사실은 떠오르는 생각, 스쳐 가는 감정, 변화하는 몸의 감각들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그것들을 진짜 나라고 믿지만, 그 모든 것은 매 순간 변한다. 반면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그 변화를 바라보는 ‘의식’이다. 깨달음이란 새로운 상태에 이르는 일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그 의식을 자각하는 일이다. 스파이라는 이를 ‘순수한 알아차림’이라 부른다.
우리의 마음은 매 순간 흔들린다. 슬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며, 때로는 분노하거나 두려워한다. 어린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고, 언젠가의 나도 또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변화를 바라보는 ‘나’(즉 알아차리는 주체)는 변하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나는 언제나 나”라는 문장이 말하는 존재의 연속성이며, 이 책이 전하려는 깨달음이다.
그림을 그린 주잔나 첼레이는 이러한 ‘의식의 무경계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희미한 선과 넉넉한 여백, 스며드는 색감은 마치 의식의 파동처럼 고요하다. 감정의 굴곡은 상징적 이미지로 펼쳐진다. 꽉 막힌 네모 상자 속에 들어있는 아이는 자유롭지 못한 마음을 보여주고, 눈물 속에 가라앉은 돛단배는 슬픔의 깊이를 상징한다. 하지만 다음 장면에서 아이는 잠수복을 입고 물속으로 들어가 그 배를 바라본다. 감정을 밀어내지 않고, 고요히 들여다보는 장면이다. 그 순간 독자는 ‘알아차림’이란 개념을 시각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물론 알아차림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아이는 여전히 비를 맞고, 인형을 꼭 껴안은 채 참담함 속에 서있다. 그러나 곧 우산을 들고 장화를 신는다. 완벽하지 않지만,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마지막 문장은 우리를 ‘무엇이 되어야 하는’ 세계에서 ‘이미 있는 그대로’의 세계로 이끈다. 스파이라가 말하는 깨달음은 초월적 변화가 아니라, 불완전한 현실 속에서도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일이다.
『나는 언제나 나』는 그 단순한 진리를 아이의 시선으로 되살려낸다. 삶의 복잡한 소음을 잠시 멈추고 싶을 때, 우리를 존재의 고요 속으로 이끌어주는 한 권의 명상이다.
조유정_아동문학연구가, 『침묵하지 않는 그림책』 공저자
-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5년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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