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자, 같이 쓰자, 계속 쓰자!

by 행복한독서

나는 글쓰기 모임에서 만난 모든 글을 기억한다

정지우 지음 / 284쪽 / 18,000원 / 해냄


‘글쓰기’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 책 『나는 글쓰기 모임에서 만난 모든 글을 기억한다』에서 정지우 작가는 글을 쓰고 읽는 건 ‘포옹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글쓰기가 포옹이라고? 글쓰기를 생각하면 머뭇거리다, 곱씹다, 후벼 파다 같은 단어가 이내 떠오른다. 글쓰기는 시작하기 망설여지고, 혼자 끙끙대는 일이며 화사한 햇살보다는 우울한 그늘과 어울린다고 여겨왔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포옹보다는 칙칙하고 외로운 일이 아니었나?


정지우 작가는 글쓰기야말로 서로가 서로에게 분리되어 각자도생에 골몰하는 시대, 사람들이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찾아 나선 방법이며 실제로 글쓰기 모임에서는 글을 통해 서로를 다정하게 안아주는 일이 일어난다고 확언한다. 그런 효과도 있었다, 그럴 수도 있다고 여지를 주는 게 아니다. 정지우 작가는 단호하게 말한다. 10년 넘게 글쓰기 모임을 운영하면서 얻은 확신이다. 책 뒤에 실린 참가자들의 증언만으로도 설득력이 있지만, 정지우 작가는 자기 고백부터 시작한다. 스무 권이나 책을 쓴 본인 역시 글쓰기 모임을 운영하며 삶이 바뀌었단다. 작가, 방송인, 문화평론가, 변호사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지만 글쓰기 모임이야말로 가장 보람찬 일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오랜 세월 지극한 정성으로 이룬 다디단 결실을 기꺼이 나누려는 열의로 가득 차 있다. 모임 운영에 도움이 될 팁도 알차다.

글쓰기 모임이 삶을 바꾼다, 그러니 당신도 글을 쓰라, 같이 써보라! 그리고 계속 써라!


같이 쓰자, 계속 쓰자는 이 초대는 강력하고 매력적이다. 그런데 책방 운영자인 나는 ‘글쓰기 모임이야 다들 원하지. 하면 좋지. 그래, 그렇지. 치유 효과가 있어’라고 수긍하면서도 살짝 불편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이렇게 좋은데, 나는 왜 글쓰기 모임을 안 하나?


나의 작은 책방에도 글쓰기 모임이 있느냐는 문의가 종종 온다. 그럴 때면 “예전에는 있었는데요” 하고 얼버무린다. 책방에 모여 글쓰기를 한 이들이 책을 냈고, 두루 좋은 평을 받았다. 그들 중 등단한 사람도 있고 그림책작가가 된 이도 있으니 우리 책방의 글쓰기 모임도 경이로운 사례다. 그럼에도 글쓰기 모임에 더 불을 지피기는커녕 뒷걸음질 쳐왔다. 이 책을 읽으며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글쓰기 자체에도 치유의 힘이 있지만, 진짜 마법은 ‘모임’에서 일어난다.

정지우 작가가 말하는 글쓰기의 본질은 연결에 있다. 연결되려면 쓰는 사람은 나를 열어서 보여줘야 한다. 읽는 사람 역시 온 마음을 다해 듣고, 읽어야 한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기꺼이 자신을 열고, 억눌러왔거나 감춰온 자기 자신을 꺼내어 안아줄 때, 마법은 그때 비로소 실현된다. 적당히 거리를 두고, 적당히 모른 척하며 사는 게 편해서 글쓰기 모임을 다시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음을, 나는 진심을 다해 당신을 들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어느 날이고, 결국 용기를 내어 가야 할 것이다.

“글쓰기란, 우리 시대가 저질러놓은 어지러움들이 모여 찾아갈 수 있는 해방구나 탈출구”이므로.


이소영_책방 마그앤그래 대표, 『그림이 더 잘 보이는 미술관 이야기』 저자


-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6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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