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민서·송소연·조용환 지음 / 448쪽 / 22,000원 / 진실의힘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7분, 당시 대통령 윤석열은 오랫동안 준비한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친위쿠데타를 일으켰다. 이는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이고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발이었다. 다행히도 윤석열과 그 일당들이 일으킨 내란은 용기를 낸 민주시민들과 국회에 의해 진압되었다. 특검에 의해 그들이 내란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을 도발하여 전쟁을 일으키려 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온 국민이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들었다.
『내란의 밤, 시민의 기록』은 그날 밤 국회로 달려가 내란군을 막아낸 시민 313명의 증언을 기록한 책이다.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 고문의 폭력 속에서 간첩으로 조작된 피해자들의 진실 규명에 함께한 인권활동가, 변호사, 의사들이 뜻을 모아 만든 ‘재단법인 진실의 힘’이 2025년 2월부터 7월까지 313명을 면담하고 A4 용지 1만여 장의 녹취록을 분석해 만든 최초의 시민사(people’s history)다.
그날 밤 나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가 텔레비전을 보던 아내가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했어” 하고 소리쳐 알게 되었다. 느닷없는 계엄 소식에 황당해하며 뉴스를 잠깐 보다가 별생각 없이 다시 잠을 청했고, 새벽에 깨어 국회에 의해 계엄이 해제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가 따뜻한 방에서 편히 잠을 자는 동안 수많은 시민들이 국회로 달려가 중무장한 계엄군과 맞서 싸웠다. 책을 읽으며 내내 빚진 마음이 들었다.
평범한 시민들인 그들은 어떻게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뜬금없는 계엄 선포로 나라의 틀이 무너진 그날 밤, 시민들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깨달으면서 즉각 정치적 냉소와 체념을 내던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에게는 국회를 지킴으로써 무너진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려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다.
응원봉 집회에 참여하면서 계속 느꼈고, 이 책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은 정말 위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참가자가 수십만이 넘는 집회가 놀라울 정도로 질서정연하고 평화롭게 진행되었다. 폭력이 난무하는 다른 나라의 시위들과 극명하게 차이나는 점이다. 지금 우리는 평화적으로 내란을 극복하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는 세계사에 국난을 극복한 가장 이상적이고 모범적인 사례로 남을 것으로 확신한다.
이 책은 계엄 당일 밤 국회로 달려간 시민들을 심층적으로 인터뷰해 군중 속에서 묻혔던 개개인들의 존재를 낱낱이 드러내준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용기를 낸 평범한 사람들의 얘기가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계엄의 밤 국회로 달려간 이들은 이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다시 모일 것이다. 그런 날이 또 온다면 아마도 마음에 빚진 이들까지 합해져 더 많아질 듯싶다. 용기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며 민주주의를 지킨 평범한 영웅들에게 고마운 인사를 전한다.
한상수_행복한아침독서 대표, 『나는 책나무를 심는다』 저자
-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6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