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선 지음 / 368쪽 / 21,000원 / 매일경제신문사
‘노후 불안’이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연금은 충분할지, 아프면 누가 돌봐줄지, 혼자 남겨지지는 않을지. 이 질문들은 어느새 특정 세대의 고민을 넘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현실이 되었다. 노후 불안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몸의 변화가 느껴질 때, 일하던 자리에서 물러날 때, 그리고 익숙하던 관계가 하나둘 멀어질 때 조용히 스며든다.
『노후 불안, 일본에서 답을 찾다』는 건강·돈·고독이라는 노후의 세 가지 불안을 출발점으로 삼아 묻는다. 개인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를 넘어 사회는 어떤 구조를 먼저 갖추어야 하는가를 말이다.
나는 평소 노후를 다루는 많은 콘텐츠들이 연금이나 투자처럼 개인의 대비에만 초점을 맞추는 현실이 늘 아쉬웠다. 나무 하나하나는 자세히 설명하지만, 정작 숲 전체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점(點)들은 많은데, 그 점들을 잇는 선(線)은 잘 보이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을 연구해 온 애널리스트로서 내가 늘 중요하게 여겨온 관점이 하나 있다. 바로 일본과 한국 사이에는 분명한 ‘시간차’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 시차를 고려하지 않으면 일본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인구 변화 역시 마찬가지다.
고령사회는 과거 성장기의 시스템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시기다. 그래서 정책과 제도, 그리고 기업의 역할이 이전보다 훨씬 중요해진다. 노후 불안을 개인의 문제로만 두지 않기 위해서는 이 거시적인 변화들을 차분히 정리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지난 20여 년간 일본 사회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이 책에 담고자 했다. 이미 초고령사회의 중반을 지나고 있는 일본의 모습은 이제 막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의 미래를 미리 보여주는 거울과도 같기 때문이다.
일본은 한국보다 약 20년 먼저 초고령사회에 들어섰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험을 겪어왔다. 개호보험 제도(노인장기요양보험), 치매 대응 정책, 지역포괄케어시스템(통합돌봄), 시니어 재취업과 평생현역사회로의 전환까지. 이 책은 일본이 노후 불안을 복지에만 가두지 않고 정책과 제도, 산업으로 풀어가려 했던 과정을 차분히 따라간다.
이 책을 쓰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2025년 3월에 발간한 일본 시니어케어 산업 리포트였다. 그 보고서를 본 출판사 편집장이 “이 내용을 단행본으로 확장해 보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고 그렇게 집필이 시작됐다.
지난 몇 년간 관련 리포트를 써오며 자료는 쌓여있었지만, 일반 독자를 위한 한 권의 책으로 풀어내는 일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업무와 집필을 병행하며 기한을 맞추기 위해 일상의 많은 부분을 내려놓고 글을 쓰는 루틴을 만들었다. 주말에도 같은 시간에 일어나 서둘러 집안일을 마친 뒤, 커피 한 잔을 옆에 두고 조용히 자리에 앉아 글을 썼다. 기계처럼 반복되는 하루였지만 그럼에도 멈추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정보일 수 있겠다는 작은 믿음 때문이었다. 원고를 마칠 즈음에는 그해 여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을 만큼 시간이 조용히 흘러가 있었다.
이 책에는 일본의 다양한 시니어 서비스와 돌봄, 그리고 일상 지원 사례들을 가능한 한 많이 담았다. 지금은 다소 낯설게 느껴질지라도 머지않아 한국에서도 고령자의 일상을 돕는 서비스와 기업, 새로운 시도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언젠가 우리 부모님이, 그리고 미래의 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노후를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노인의 불안은 종종 병 그 자체보다도 익숙한 일상이 끊어지는 순간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살던 곳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는 노후(Aging in Place, AIP)’를 위해서는 지역이 곧 돌봄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병원이 아니라 동네에서, 제도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사람을 지탱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일본의 사례는 보여준다.
『노후 불안, 일본에서 답을 찾다』는 초고령사회의 정답을 제시하는 책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어떤 질문 앞에 서있는지, 그리고 그 질문을 더 이상 혼자서만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조용히 전하고 싶었다. 이 책이 누군가에게는 우리의 미래를 조금 먼저 들여다보는 참고서가 되기를, 또 누군가에게는 노후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짊어지지 않아도 된다는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 나 역시, 불안을 견디는 노후가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노후를 살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나미선_『노후 불안, 일본에서 답을 찾다 』 저자
-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6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