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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Aug 21. 2021

이게 정말 마음일까?

때때로 우리를 괴롭히는 녀석

이게 정말 마음일까?

요시타케 신스케 글·그림 / 양지연 옮김 / 32쪽 / 13,000원 / 주니어김영사



아침 책방 출근길에 보면 부지런한 분들이 참 많다. 아파트 단지를 깨끗하게 청소하는 분도 있고, 아파트에 드나드는 사람들을 관리해주는 경비 아저씨도 있다. 부지런함은 미덕으로 다가오지만 유독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부지런도 있다. 바로 ‘대출 광고 전단’. 어김없이 아침저녁으로 두 번씩 명함 크기의 대출 광고를 던져두는 사람들 말이다. 아무런 감정 없이 쓰레기통에 넣을 때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한 달 여 시간을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우며 손님 없이 지내다 보니 마음이 달라진다. 받는 사람의 의사는 중요하지 않다. 괜스레 그 사람들에게 불똥이 튄다. 밉다. 내가 빨리 망하기라도 기다리나. ‘아, 대출 광고 아르바이트하는 사람들의 부지런함이란….’ 그 작은 종이 전단에 마음이 머문다. 


이럴 때 내 눈에 들어온 책이 요시타케 신스케의 『이게 정말 마음일까?』이다. 이 책은 ‘미워하지 않는 법’을 요시타케 특유의 화법으로 유쾌하게 알려준다. 페이지를 펼칠 때마다 쿡쿡 웃음이 터져 나온다. 어른이 되면 ‘누군가를 싫어하는 마음’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물론 아니다. 아이와 어른 할 것 없이 누군가를 싫어하는 마음 때문에 괴롭다. 나와 친밀한 관계 속에서 밉고, 우연히 지나치다 마주친 관계에서도 밉다. 미운 건 시도 때도 없다. 누군가를 미워하기 시작하면 또 그렇게 미워하는 나 자신이 한없이 못나게 느껴진다. 그런 마음이 나를 힘들게 한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책에 나온 것처럼 나도 싫은 사람을 혼내주는 방법을 상상한 적이 많다. 그런데 그 상상은 언제나 좀 과격한 면이 있다(그래서 여기에 밝힐 순 없다). 『이게 정말 마음일까?』에 나오는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 싶다. 그 첫 번째 방법은 싫은 사람을 꾸욱 눌러 조그맣게 만들어 손바닥에 얹어 놓고 찰싹! 납작하게 만드는 것. 두 번째는 배를 차갑게 만드는 로봇을 조종해서 싫어하는 사람의 배를 아프게 만드는 것. 세 번째는 꿀벌을 조종해서 머리 위를 붕붕 날아다니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뭔가 싫거나 기분이 나빠지는 건 누가 나를 때려서나 죽이겠다고 덤벼들어서가 아니다. 사소하고 찌질하고 너무 작아서 말하기도 애매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냥 내뱉은 작은 말, 비웃는 말투, 배려하지 않는 손길 이런 것이 싫어지게 만드는 행동 같다. 그런 것들이 쌓이면 무섭다. 나도 남들의 상상 속에서 납작해지거나 배가 차가워지거나 꿀벌에게 붕붕거리며 쫓기는 일에 당하지 않으려면 사소한 것들을 잘 돌아봐야겠다. 아무튼 싫은 사람을 괴롭히는 상상은 상상만으로도 큰 효과가 있다. 여러분도 한번 해보시라. 사소한 걸로 혼내주는 상상을 할 땐 주의해야 한다. 입은 웃고 있을지 모른다. 


이 책은 싫은 마음을 혼자서 어떻게 할 수 없을 때 읽기 좋은 책이다. 일단 미워하는 마음이 생기면 그 마음을 밀가루 반죽처럼 쭉 잡아당겨서 치대고, 밀고, 늘이고 하고 싶은 만큼 놀아보자. 아까 대출 광고 아르바이트 분들을 미워한 마음은 나의 진짜 마음이 아니다. 이제 됐다. 다시 행복한 나다. 


고선영_악어책방 대표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0년 5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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