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지만, 노는 사람은 아닙니다.
나는 이름이 있어요.
나는 누구일까요?
나는 집에 있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노는 사람은 아닙니다.
내가 하는 일은 보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매일 해도 달라진 걸 느끼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하지 않으면 많이 티가 납니다.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다고 여기면 서운합니다.
집에서 놀고 있다 하면 억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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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업주부입니다.
전업주부의 하루는 낯섦 이후 익숙함이 되었습니다.
세 아이의 엄마로서의 하루는 분주합니다. 하지만 엄마로서의 역할 안에는 나라는 존재는 늘 빠져있었습니다.
나는 내게 잊힌 사람이었습니다.
나를 찾는 것은 시작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잊어버리고 있던 물건을 찾는 것처럼 반갑고, 낯설었습니다. 그동안 왜 잊고 있었을까요?
새로움은 그렇게 나를 발견하는 것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세상을 만났습니다. 잊힌 나는 소외되어 외로웠고, 세상에 드러난 나는 초라했습니다. 초라한 내가 싫었지만 그것도 나였습니다.
나는 나를 사랑해야 했습니다. 이제라도 사랑해야겠습니다.
아침이 되면 거울 속 내게 손을 흔들어 인사합니다. "안녕?"
나와 손을 대고 하이파이브를 했습니다. "힘내."
작아진 내가 커질 때까지
나는 나를 응원합니다.
전업주부가 내 이름은 아닙니다.
누구의 엄마가 내 이름은 아닙니다.
누구의 아내, 며느리가 내 이름이 아닙니다.
나는 이름이 있습니다.
신혼 초 남편에게 울며 찾은 내 이름.
ㅇㅇ애미가 아닌 내 이름.
10년 간 내가 지켜온 내 이름.
나는 김진아입니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