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겁쟁이입니다.

by 행부작가


새로움, 도전, 꾸준함. 내게 소중한 단어 3가지를 적는 미션으로 내가 고른 말이다.


하지만 사실 나는 겁쟁이다. 새로움도 도전도 모두 나와 거리가 멀다.


내가 보는 나는 변화를 싫어하고, 두려움이 많다. 이런 내 모습이 가장 드러나는 건 여행이다. 난 사전 준비가 많다. 가서 뭘 할지, 뭘 먹을지, 필요한 준비물은 뭔지 모두 알아야 하고 챙겨야 마음이 편하다. 임기응변은 나와 가장 거리가 먼 단어이다.


돌발상황이 생기면 머리는 텅 비고, 몸은 긴장한 상태로 얼어버린다.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일이다.


그런 내가 왜 새로움, 도전, 꾸준함이란 단어를 적었을까?


2022년이 내겐 가장 변화의 해이고,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2021년까지 나는 겁쟁이의 삶을 충실히 살았다. 주어진대로, 흘러가는 대로 하루를 살기만 했다. 문득 드는 '이대로 살아도 되나?'라는 생각은 일부러 흩어버렸다. 내 모습이 초라하다 생각했으니까..


아이를 키우느라 바빴다 하기엔 내 주변엔 너무도 부지런히 사는 사람이 있었다. 매일 에너지 넘치는 지인을 보며 '나도 열심히 살아야지.' 했지만 솔직히 자신은 없었다. 나와는 다른 텐션을 따라가긴 어려웠다. 그저 하루를 놀지 않고 꽉 채웠다는 자기만족이라도 얻기 위해 옷을 만들고 또 만들었다.

"내 주변에 너만큼 열심히 사는 사람 없어."라는 말에 '그래도 내가 뭔가를 하고는 있구나.' 위안 삼았다. 아이 때문에 못했다는 변명을 대지 않기 위해 아이가 등원한 사이, 그리고 잠이 든 사이에 나는 원단을 자르고 미싱을 돌렸다. 한 벌의 옷이 완성되면 그제야 뭔가를 했다는 생각에 미소가 지어졌다.


돌아서면 잊힐 기억이라 내 나이 한 살이, 한 해가 초라해질까 봐 블로그에 완성된 옷 사진을 올렸다. 그렇게 재봉하는 것을 숨구멍으로 뭔가를 만들어낸다는 마음으로 살아왔다.


어쩌면 나는 늘 새로움을 원하진 않았을까? 박음질하다가 실수하면 박음질선을 뜯는 것보다 새로 만드는 것이 쉬웠다. 같은 패턴을 사용해서 여러 벌 만드는 것은 지루했다. 청소할 때마다 집의 가구 위치가 바뀌는 건 내겐 당연했다.


다만 그게 내 삶이고 인생이 되었을 땐 두려움이 커져 시도하지 못했을 뿐. 어린 내가 겪었던 가족의 변화는 변한다는 것이 좋은 의미가 아니었다. 아빠의 사업실패는 사업은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다가왔다. 남과 다르다는 것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이고, 나는 그걸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미래를 생각하기보다 십수 년 전 내가 했던 바보 같은 실수를 곱씹는 사람. 그게 나였다. 변하고 싶었지만 변할 용기조차 없는 사람. 그게 내가 생각한 나였다.


그리고 나는 내가 생각한 대로 계속 이런 사람으로 살았다. 나에 대한 이야기를 쓰며 나를 돌아봤다. 내 과거를 쓰며 때론 한참을 울었고, 지난 내 바보 같음에 속 터졌다. 그렇게 외면한 과거를 마주 보고 한 발 더 나간 나는 조금 새로워졌다.


조금은 더 자랄 수 있었다. 내 과거를 탓하지도, 내 잘못이 아닌 일로 나를 원망하지도 않는다. 그게 내 새로움이었다.


돌아보면 엄마가 되고 나서 내 하루는 새로움의 연속이었다. 꼬물거리는 입도 베갯짓에 미소가 지어지는 것도 처음이었다. 잠깐의 휴식처럼 찾아오는 행복에 하루의 고단함을 비워줄 수면시간을 사진 촬영에 열중할 만큼.


엄마로 사는 인생은 도전이었다. 사실 아이 낳는 것도 엄청난 도전이지 않나? 다신 못할 출산의 고통을 세 번이나 겪고, 훗배앓이도 세 번이나 겪었다. 그 고통을 참았으니 뭐든 해낼 수 있겠다 싶은 마음은 어디 가고 한참을 고민하다니...


이래서 사람 마음이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는 건가 보다.

마음의 얄팍함에 쓴 미소가 지어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나는 계속 나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2022년 하루 8시간 이상 앉아 책을 쓰고 출간되었다. 새로운 툴도 배웠고 배우고 있다. 줌으로 수업도 듣고, 노션, 슬리드, 씽크와이즈 연습 중이다. 링크 트리, 리틀리도 사용한다. 인스타그램도 봄에 멋 모르고 시작했다. 메타버스 경험도 하고 있다. NFT가 뭔지 디스코드, 텔레그램, 트위터를 모르던 내가 가상 지갑을 만들고, 가상세계의 갤러리에 가서 그림을 감상한다. 게임은 싫다던 내가 제페토에서 미션을 하고, 이프랜드에서 모임에 참석하고 이벤트에 참여한다. 그렇게 당첨된 이벤트 상품으로 얼마 전엔 에버랜드에도 다녀왔다.


2021년의 나는 상상하지 못한 내 모습이다. 사람들은 내게 말한다. 꾸준하다고.

그 말처럼 꾸준하게 나는 변화하고 있다. 작심 3일이 뭔가. 작심 1일이던 내가 이렇게 지속적으로 뭔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느끼고 있다.


내 하루는 이렇게 다시 시작하고 있다. 기분변화가 심한 나는 매일의 나를 챙기는 것이 도전이다. 나를 다 잡아 세우는 것도 일이다. 때론 내 나약함에 절망하고, 어느 날은 잘하고 있단 생각이 든다. 가장 어려운 게 나를 키우는 일이라더니 정말 그렇다.


나는 날마다 조금씩 더 나아지고 있는 나와 함께 더 새로워지기 위해 도전 중이다. 하루하루를 꾸준히 채워 나가다 보면 2023년의 내가 2022년의 나를 잘했다 칭찬해줄 때까지. 새로운 마음으로 꾸준히 도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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