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살이 일기
소원 기와에서 찾은 사랑, 행복, 감사
세종에서 산지 7년이 넘었다. 그런데 가본 곳보다 안 가본 곳이 더 많다. 나는 아직도 세종과 친하지 않다.
낯선 세종에서 적응하려 애썼다.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도 나가보고, 재봉 모임도 알아봤다. 그러다 뜨게 공방을 가게 되었다. 공방 선생님 댁에서 언니들을 만났다. 그렇게 1년을 오며 가며 함께 뜨개질을 했다. 나는 뜨개질보다 언니들을 만나는 것이 좋았다.
잿밥에만 관심이 있어서인가 1년이 지나도 내 실력은 처음 그대로다. 장비는 늘었는데, 실력은 제자리다. 그 후 공방이 뜨게 카페로 커지면서 그만뒀다. 함께하는 취미가 사라져서 일부러 만나지 않으면 얼굴 보기도 어렵다. 그래도 언니들은 뜬금없이 하는 내 연락을 늘 반갑게 받아준다. 어색할 만도 한데 신기하게 마음 편하다.
1년 넘게 못 보다 이번 언니들의 약속에 끼어들었다. 몸보신에 풍경 구경도 했다. 그게 바로 비암사다.
비암사 삼층석탑과 극락전
처음 간 비암사는 작은 절이었다. 아담하고 고즈넉함이 매력적인 곳이다. 한눈에 보이는 경내가 넓고 화려한 절보다 마음이 가는 것은 왜 일까? 작은 절을 천천히 걷다 보면 소원 기와를 보게 된다. 저마다의 소원이 기와에 적혀있다.
사랑과 행복을 바라며 적은 소원들로 가득하다. 키가 170까지 자랐으면 하는 마음, 로또 1등부터 세계 평화를 바라는 소망까지.
기와 하나마다 크고 작은 마음이 담겨있음을 느낄 수 있다.
소원 기와와 소원지에 적힌 소망들을 보자면 세상 사는 거 참 비슷하단 생각이 든다. 그들이 적은 이야기가 나와 다르지 않다.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 일상 속 행복과 평화를 비는 마음, 소중함에 대한 감사까지. 어느 하나 다른 것이 없다.
세종이란 지역적 특성으로 여러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어우러져 있고 뜨내기들이 많다 하지만.. 여기도 마음 따뜻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도시라는 것을 소원 기와를 보며 깨닫는다.
몇 년을 살아도 낯선 것 같은 이 마음은 내가 쌓아놓은 벽이 아니었을까? 언니들과 온 비암사에서 내 안의 벽을 하나 무너뜨린다. 결혼생활의 거의 전부를 세종에서 보내고 있다.
아이들에겐 여기가 고향이다. 내 아이가 자라고 있는 세종에 대해 알고, 알려줘야겠단 생각을 뒤늦게 하게 된다.
세종 살이 중 오늘도 성장하고 깨달음에 감사하다.
세종에서 느낀 사랑, 행복, 감사
그 마음들로 오늘 하루도 채운다.
감사함으로 가득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