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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부자작가 Nov 22. 2022

엄마와 거리두기 중입니다.

엄마라는 말은  마법의 단어겠죠?

누군가는 부르는 것만으로도 위안과 위로가 되고, 다른 이 에게는 부를 수 없음에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물 나는 말이 됩니다.


그리고 또 다른 사람에게는 원망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이야기입니다.


저는 두 명의 엄마가 있습니다. 낳아준 엄마와 함께 사는 엄마 두 분입니다. 전 이혼가정이자 재혼가정의 자녀입니다.


이상한 일이죠? 단지 그 이유만으로도 아무것도 아닌 일이 상처가 되기도 했습니다. 초등학교 때 부모님이 이혼한다고 하면 어떨 것 같냐고 물었을 때 친구는 울고불고했더니 없던 일이 되었더라 말했습니다. 하지만 내 눈물은 아무 힘이 없었습니다.


언제였을까요? 우연하게 들은 이야기가 마음에 돌처럼 얹혀있습니다. '내가 생겨서 어쩔 수 없이 함께 살았다.'라는 말입니다. 너무 오래되어 누가 했던 이야기인지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 말은 40년을 체한 것처럼 내려가지 않고 가슴에 얹혀있습니다. 진짜일까 물어보지 못했고, 나이가 들어서는 이제와 물어본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묻지 않았습니다. 그저 목구멍에 걸린 말입니다.


목구멍에 걸린 말에 부모님의 이혼한다는 말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나 때문에 억지로 살았다는 말이 나올까 봐서요. 자고 일어나면 부서져 사라진 내 물건, 부모님의 싸우는 고함소리는 피해 내 방에서 웅크리고 우는 것. 그게 내가 하는 전부였습니다. 다음날이 되면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아질 거라 생각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부모님은 이혼을 했습니다. 나와 동생은 할머니 댁에 맡겨졌습니다. 내 나이 13살이었습니다.


밝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웃어도 드러날 때가 있었습니다.

할머니에게 우리는 딱한 손주들이었습니다. 많은 사랑을 받은 덕분에 이만큼 괜찮아진거겠죠.


부부는 헤어지면 남보다 못한 사이라고 하나요? 이혼은 진흙탕 싸움이라던 저는 왜인지.. 잘 알게 되었습니다.

친엄마와 연락한다는 이유만으로 우리 식구 다 같이 강물에 빠져 죽자는 아빠와 아빠의 욕을 딸에게 늘어놓는 엄마. 이혼은 개싸움이 맞습니다.


아빠의 험담을 하는 엄마라는 말은 어느 땐 원망의 대상이었고 어느 날은 안쓰러웠고 또 어느 땐 외면하고 싶었던 사람이었습니다. 모르는 척 듣고 있었지만 사실 너무 듣기 싫었습니다.


그래서 말했습니다. "아빠 욕할 거면 이제 연락하지 마. 그래도 안 버리고 같이 살아준 아빠니까."

저는 오래도록 원망하고 있었습니다. 날 버렸다고.

기억나지 않은 어린 시절을 포함해도 엄마와의 추억보다 지금 가족의 시간이 더 많으니까요.

지금은 그 비난이 옳지 않았다는 걸 압니다. 지금의 나보다 어린 부모님이었습니다. 잘 살고 싶었고, 잘 해내고 싶었고, 하고 싶은 게 많았을 어린 부부. 하지만 생각대로 살 수 없는 세상에서 힘들었겠죠.


엄마 아빠의 인생이 내 인생이 될 수 없는데.. 전 참 오래도록 그 틀 안에 갇혀있었습니다. "재혼가정의 자녀는 이렇더라. 이혼 부부의 딸은 결혼해도 오래 못 살더라." 그 말이 사실이 되지 않도록 잘해야 했습니다. 잘 해내야 했고, 잘 버텨야 했습니다. 남들이 말하는 그런 사람이 될까 봐.


이젠 압니다. 그건 내가 아니라는 것을, 그렇게 할 필요도 없다는 사실 말입니다.

너무 감사하게도 남편을 만나고, 시댁 부모님을 만나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나와 엄마의 인생을 분리했어요.


엄마는 엄마의 인생, 나는 나의 인생. 겹쳐질 때도 있지만 한 걸음 떨어진 거리에서 바라봅니다. 엄마는 서운하다는 말을 합니다. 엄마는 엄마의 삶을 나는 나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엄마와 딸이지만 엄마는 내가 될 수 없고, 나도 엄마의 모든 것을 받아줄 순 없습니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엄마와 거리두기 중입니다. 나만의 방식으로 나와 엄마를 이해 중입니다. 나의 자라지 못한 과거, 현재의 나, 그리고 엄마 인생을요.


언젠간 이 거리도 조금은 좁혀질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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