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다. 시어머님의 배려로 오전 11시가 되기 전 집을 나섰다. 상조를 하는 엄마는 이번 추석에도 집에 없었다. 장례식장에 가있는 엄마와 통화를 하다 보면... 즐거워야 할 명절에 슬픔에 잠겨있는 고인의 가족들이 안타깝다. 그리고 더불어 매년 명절 엄마가 집 밖에 나가 있는 우리 가족도.
이번에도 엄마는 아들 딸을 위해 음식을 해두었다. 어느 해인가 엄마는 미역 한 봉을 모두 불렸다. 미역은 점점 불어나 작은 볼에서 점점 큰 볼로 몸집을 불렸다. 10명의 식구들이 3끼를 먹었지만 남았다. 100인분의 미역국이었다.
올해의 큰 손 엄마의 메뉴는 잡채인가 보다. 식탁 위엔 잡채가 한 대야 가득 담겨있었다. 그걸 본 나는 전화해서 음식을 많이 했다 툴툴거렸다. 엄마의 부족함 없이 먹이고 싶은 맘을 안다. 그런데 도대체 몇 끼를 먹어야 줄어들까?
엄마는 말한다. "먹고 남으면 가져가."
한 대야 가득 담긴 잡채, 들통 가득 재워둔 돼지갈비, 냉장고 잔뜩 채워둔 반찬들.
엄마 사랑은 모든 것에 넘치게 있지만, 정작 엄마는 없는 명절이다. 엄마 대신 우리 가족, 아빠, 동생 부부를 위해 국을 끓이고 반찬을 꺼내고, 돼지갈비를 익혔다. 내 살림이 아니어서 뭐하나 찾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그렇게 차린 한 상은 한 상이라 부르기도 초라했다. 식구들의 젓가락은 갈 곳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