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그림출처- Image by Biljana Jovanovic from Pixabay )
2023년 새해 다가온다. 맘카페엔 새해 다짐 글이 올라온다. 그리고 다른 글도 있다. 다른 사람이 22년에 이룬 것을 보며 ‘대단해요. 전 그렇게 못했는데’라는 댓글을 볼 수 있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남들이 뭔가를 해내는 동안 뭘 했나 싶다.
전업주부인 나는 “뭐 하세요?”라는 말을 들으면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집에 있어요.”라고 말하고 나면 나 자신이 초라했다. 워킹맘은 일도 하고 살림도 한다. 그런데 전업주부인 나는 하는 일 없이 집에서 노는 사람 같다. 열심히 산다 생각했지만 부족해 보인다. 더 잘해야 한다며 나를 채찍질한다. 더 많이 하려고, 더 열심히 움직이라고.
열심히 살았지만 뭘 했는지 기억이 안 났다. 내가 뭔가를 했다는 증거가 필요했다. 자는 시간을 쪼개 아이 옷을 만들고 사진을 찍었다. 그 기록을 블로그에 올렸다. 옷을 만들었던 이유는 눈으로 보이는 결과물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것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매번 더 할 수 있는데 못한 한 해다.
올해는 다르다. ‘하는 일없이 나이만 먹네.’라고 나를 탓하지 않는다. 새로운 꿈이 생겼기 때문이다. 나이 40에 생긴 꿈이다. 바로 작가다. 나는 그동안 꿈이 없었다. 어른은 아이에게는 꿈이 뭔지 묻는다. 그리고 아이의 꿈을 응원한다. 하지만 어른은 어떨까?
어느 날 동생과 놀던 아이가 물었다. “엄마, 엄마 꿈은 뭐야?” 순간 나는 멍해졌다. ‘내 꿈?’ 오랫동안 아무도 내게 묻지 않은 내 꿈이었다. 대답을 재촉하는 아이에게 말했다. “선생님이었어.” 아이는 곧장 또 물었다. “엄마는 꿈을 이뤘어?” “너 낳기 전에 선생님이었지.” 아이는 내 대답을 듣더니 동생에게 말했다. “그럼 나도 꿈을 이룰 수 있겠네.”라고. 그 순간 나는 내가 부끄러웠다. 꿈이 없었다. 아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못했다.
내 꿈은 생각해보지도, 응원하지도 않았다. ‘사는 것도 바쁜데 어른이 꿈이 필요한가’ 생각했다. 우리 다섯 식구 행복하게 사는 게 다라 여겼다. 만약 그게 다였다면 ‘한 거 없이 나이만 먹었다.’ 속상해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건강하게 밝게 지내는 아이를 보며 행복해야 한다. 나의 1년에 아쉬움이 없어야 한다. 그렇지만 난 그렇지 않았다. 내 한 해가 섭섭했다.
아이에게는 꿈이 필요하다. 어른에게도 꿈은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딸 엄마에게 꿈이 필요하다. 꿈이 없다면 엄마는 딸이 꾸는 꿈에 기대 살게 된다. 언젠가 아이는 어른이 된다. 그때는 딸의 꿈에 기댈 수 없다. 그리고 딸은 엄마를 보며 자란다. 엄마의 꿈꾸는 모습을 보고 딸은 꿈을 키울 수 있다. 우리는 한 권의 책이다. 엄마라는 인생 책 페이지를 보고 딸은 상상할 수 있다. 꿈꿀 수 있다.
지금 당장 내 꿈을 찾아야겠다고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 처음엔 나도 몰랐다. 꿈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우리에게 우선은 가족이었다. 가족이 좋아하는 음식, 가족들이 가고 싶은 곳…. 너무 오래 나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했기 때문에 ‘나’를 잊었다. 내가 좋아하는 건 뭔지, 내가 하고 싶은 건 뭔지 하나씩 찾아가면 된다.
내가 좋아하는 걸 아이와 함께 하고, 내가 하고 싶은 걸 아이에게 알려주며 엄마인 내 성장을 아이와 함께 할 수도 있다. 엄마도 꿈꿀 수 있다. 가슴 뛰는 꿈을 찾지 못해도 아이와 함께 꿈꾸는 노력을 하고 함께한 시간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