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하다
“남편을 바꾸려고 하지 말고 그냥 외워.” 결혼 생활에 대한 지인의 조언이다. 연인 때는 ‘이 정도는 괜찮았던’ 작은 일들이 결혼과 동시에 달라진다. 남편도 아내도 생각하지 못한 모습에 당황한다.
그래서일까? 신혼 때는 유독 많이 싸운다. 옷을 뒤집어 벗어둔 것, 치약 짜는 것도 문제다. 치약의 중간을 꾹 짜서 허리가 접힌 치약을 보면 짜증이 난다. 지난번 말했는데 또다시 말해야 하는 상황이 ‘나를 무시하는 게 아닌가?’란 생각마저 든다.
내가 알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바꾸려고 맞추려고 하다 매일 삐걱댄다. 만날 때마다 서로의 생각이 궁금하던 연인은 이제 작은 것들이 궁금하지 않다. 굳이 묻지도 않는다.
함께 살아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왜 보다 또 그랬던 횟수를 따지고 ‘원래 저런 사람’이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부부 사이에 오해가 생기고 불만이 쌓인다. 시작은 작은 일이지만 사소한 일은 지나간 시간을 거치며 커진다.
그런데 부부 사이에만 이런 일이 생길까?
우리는 가족, 친구, 사회와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데리고 살아간다. 나와 얼마나 잘 지낼 수 있는지 그게 가장 중요하다. 결혼 후 아내, 며느리, 엄마가 되며 나를 잊기 시작한다. 시작은 작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보다 남편이,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부터 시초다. 그 후론 점점 내가 뭘 좋아하는지 보다 가족들이 좋아하는 것이 우선이 된다.
어느 날 내 배려가 당연한 것이라 여겨지면 나는 없다. 내 의견을 물어보는 사람도, 내 기분을 물어보는 이도 없다. 그제야 ‘나는 뭐였나….’ 나를 돌아본다. 과정은 아름답지 않다.
내가 그랬듯이.
시도 때도 없이 우울하고 눈물이 난다. 하루에도 몇 번씩 기분이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다. 아이의 애교에 웃다가 하늘을 보고 멍하니 있기도 한다. 아이를 재우고 깜깜한 밤 혼자 설거지를 하자면 마음이 텅 빈 것 같다.
짜증도 나고 이유 모를 화도 난다. 주변을 돌아보면 나는 왜 이리 초라한지…. 난 누구인지, 뭘 하며 지낸 건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나에게 묻지 않았다. 나보다 아이를 생각하는 엄마여야 했다. 다들 그러니까. 결혼하면 가족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여겼다. 그 가족엔 나도 있었다. 내 자리가 있어야 한다.
한참을 “난 괜찮아.”라고 말해왔다. 그런데 사실 난 괜찮지 않았다. 그건 나에게 아무것도 궁금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뭘 하고 싶고, 어떤 인생을 살고 싶고, 무엇을 좋아했는지 묻는 일이다. 아내이기 전에, 엄마이기 전에, 나 자신에 대한 물음이다.
난 그동안 뭘 채워왔을까? 나다운 내가 있을까? 난 뭐가 나다운 건지 모른다. 내게 묻는 대신 다른 사람에게 물어왔으니까. 남들이 알려주는 내 모습이 나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타인의 기준에 맞추는 것이 익숙했다.
나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남들이 좋은 사람이라 평가해 줄 선택을 했다. 타인의 잣대는 모두 달라서 좋은 사람이었다가, 자기 생각 없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순 없다.
그렇다면 한 사람이라도 만족시켜야 하는 건 아닐까? 바로 자기 자신이다.
내가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란 궁금증이 첫걸음 아닐까? 결혼했다면, 아이가 있는 엄마일수록 나 자신이 궁금해야 한다.
당신이 어떤 사람이고 또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 말해줄 사람은 없다. 당신이 뭘 하면 행복한지 정답을 알려주는 사람은 당신 자신뿐이다.